주말, 숲의 정래샘이 내 작업이 콜라쥬에 잘 맞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많은 나이를 먹고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성향이 무엇인지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전공의 수련을 같이 받았던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매출이 어떻느니, 보험 제도나 세금이 어떻느니 보다는,
삶이나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 스럽게 나옵니다.
그 옛날, 당직 실에서 빈둥거리며 프리 토킹 할 때와 같이, 그런 주제를 기꺼워 한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주로 하는 일은 나의 기억의 재구성입니다.
브렉시트로 지난 주 부터 세상이 뒤집어 지는 듯 난리가 났는데도,
저는 비켜섭니다.
디어마이프랜즈의 희자 씨처럼, 가물 거리며 사라져 가는 나의 파편들,
내 의지로는 어쩔 수 없어 그저 놔 버려야 했던, 그 묵직한 슬픔,
황홀 했던 추억의 순간들, 그런 것들을, 붙듭니다.
정래 샘은 이 콜라쥬 위에 실을 놓아 보고 싶다고 합니다.
잘 들여다 보면 손바닥, 만세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엄청난 기둥을 가진 화살표가 폭포 처럼 내리 꽂습니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어린시절, 집에 혼자 남겨져 있을 때 그림이 많은 책이나 잡지 를 한장 씩 넘기면서 긴 이야기를 지어 내면서 놀았었습니다.
미네르바 여신과 아라크네는 각각 베틀에 실을 엮어서 신들의 이야기를 짜내려갑니다.
운명의 세 여신들은 운명의 실을 뽑고 인간에게 운명을 배당하고 운명의 실을 가위로 끊어버리는 일들을 합니다.
삶은 에디톨로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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