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바이센테니얼맨과 알파고

torana3 2016. 3. 21. 08:50

주말 오랜만에 집안 정리를 했습니다.

새집이라 바람 샐 틈이 없이 잘 시공된 창문샷시 덕에 춥지 않고 지냈는데, 구석구석 곰팡이가 엄청납니다.

결로현상으로 습기가 생기니 자주 환기를 시켜 주어야 할 것을 게을렀던 탓입니다.

제 작품의 액자도 유리 안으로 반이나 곰팡이가 피어, 조금 망서리다가 과감 하게 다 버립니다.

전보다는... 더 잘, 사소한 미련을 두지 않게 되어서 나이들어 좋은 일 중의 하나입니다.


온 집안에 바람 들이 치게 창문 열고 대청소 하고 겨울옷 정리하고,

오후 부터는 볕 바라기 하면서 서가에 묵혀 둔 책 한권 꺼냅니다. 신화의 도상학.

몇 줄 읽다가,, 흠흠 .. 그냥 덮습니다. 무슨 말인 줄은 알겠는데, 머리 쥐어 짜내면서  어구 하나하나 해석하지 않으면

다음 줄로 넘어 가지를 못합니다.

이런 독서의 즐거움이 급히 반감 된 것은 아마도, 인공지능의 엄청난 데이터 보유 능력이 비교되는 때문이기도 한듯 합니다.


이전에도 그리 머리가 썩 좋은 편은 아니라, 논리적이고 기억력이 뛰어나며 잘 오가나이즈 하는 사람들이 부러운 적도 있었으나,

난해하여 해석이 필요한 책들도 나름 나의 삶과 견주어 경험으로 받아 들일 정도는 되었는데...

아침 목 줄 매달고 주인 따라 산책하는 아무 생각없어 보이는 애완견이,

인공지능의 수퍼 브레인 이 바라보는 인간의 지능이 그쯤으로 한심해 보이지 않을까, 그런 상상도 됩니다.


일 이십년전의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는 인공지능( 스필버그의 AI나 바이 센테니얼 맨 정도) 의 모습은

여전히 인간의 휘하에, 복종하는,  아무튼 인간의 종합적인 지적 능력과 생물학적인 시스템을

가히 능가 할 수 없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그런 로봇 주인공들이 묘사 되었는데,

최근의 엑스마키나, 알파고 와 같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의 형태를 보면

확실히 인간이나 다른 생물과는 다른 생존의 법칙을 가지게 될 듯 합니다.


저녁 어두어 지는 감청의 하늘을 배경으로 창가에 기대어 

 신영복 님의 책을 폅니다.


감옥에서 추운 겨울 새벽 기상 시간 전에 옆사람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용히 몸을 뽑아, 찬 벽에 기대어

" 손가락을 베이면 그 상처의 통증 때문에 다친 손가락이 각성되고 보호 된다...

그 아픔의 참 뜻을 모르면서 성급한 충동 보다는 , 한번의 용맹 보다는 , 결과로서 수용되는 지혜 보다는,

끊임 없는 시작이, 매일매일의 약속이, 과정에서 널린 우직한 아픔이 우리의 깊은 내면을,

우리의 높은 정신을 이룩 하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 우연에 승하고,

 아픔에 겨워 하며 매양 매듭 고운 손, 수월한 안거에 연연 한채, 미운 오리새끼로 자신을 가두어 오지 않았는지"

생각에 精一 하는... 장면입니다.


인공지능이 지배 하는 세계에서도 인간이라는 생물을 존속 시킬 이유가 있다면,

이렇듯 나약하고 혼동스러운 정신세계를 보살필 인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렇다면 정신과 의사는 효용가치가 있지 않을 까,

아니면 지하 세계에서 , 핍박받는 인간들을 도우고 있을... 그런 상상도 해봅니다...하하



                                                                        종일 봄 볕에, 몇 분 마다 하나씩 목련꽃이  봉오리에서 터집니다.

                                                                                                           우리 어머니...


                                                                           제주도에서 올라온 봄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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