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V프로그램에 어쩌다 어른 이라는 타이틀을 본 것 같습니다.
비슷한 토크쇼가 하도 많아 채널을 고정하고 본 적은 없지만, 끌리는 제목입니다.
정말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되어버렸고, 어느 자리에서나 나이든 축에 속하게 되어버렸습니다.
2. 1960년대에, 당시 젊은이들을 열광케 했던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졸업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얼마전에 다시 보았습니다.
지금이야 몇 단계 지나버린 구식이지만 확실히 주인공의 심리묘사를 주변상황에 투사하여 묘사한 기법이 탁월합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학교를 졸업한 벤은 구체적인 장래의 목표도 정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 옵니다.
어른들의 참견이 버거워 피해다닙니다.
" 앞으로 뭐 할거니?" 자기의 환영파티에서 어른 들의 질문에 당황하며
" 이층에 올려가려고 하는데요." ... 명대사 중의 하나입니다.
아버지는 최고급 자동차를 선물하고 당연히 그가 예정된 엘리트 코스를 가리라 기대합니다.
이웃인 로빈슨 부인은 그를 성적으로 유혹하며, 벤은 쾌락에 탐닉합니다.
벤은 벤은 나태하고 뻔뻔하고 괴팍하게 굴며 그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것으로 여깁니다.
벤은 소란하고 모순투성이의 어른 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하며
잠수복의 수경을 통해서 바라보고, 자신의 거친 숨소리외에 그들의 소리를 차단하고,
풀 장의 물속으로 들어가,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 가 버립니다.
어른들은 어른이 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자기안의 미숙한 인격을 투사하여
자기도 이루지 못한 성취를 불안과 초조함을 강요 할 뿐입니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책임 지려 들지 않으며 오히려 탓하고 비난합니다.
벤이 어른들이 정해 놓은 수순을 깨뜨리고 , 이레인의 손을 붙들고 박차고 뛰어 나오는 순간 부터 어른입니다. 자기가 알아서 살아야 합니다.
전쟁터의 포화 속에서 한 병사가, 스카브로 시장의 향긋한 냄새를 나른한 꿈처럼 그리는 아름다운 가사입니다.
3.책 어른을 읽고 있습니다.
한 르포작가가 기대고 싶은 어른 들을 찾아 인터뷰 하는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머릿말에, 그가 만난 어른들의 인상은 이렇습니다.
"... 어른들은 다정하게 마음을 내주셨다.
신기한 것은 내가 만난 어른들은 어린아이처럼 해맑다는 사실이다.
그토록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큰 어른 들 속에본연의 아이가 있어서 놀랐다...."
4. 지금도 그 졸업식 노래를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 우리도 언니뒤를 따르렵니다..."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할 그 나이 쯤의 사람들이 어차피 우리도 따라가야 할 길을 자연스럽게 잘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이 어른입니다.
때로는 아이처럼 천진해지는 , 가볍고 평화로우며, 아픔이나 상실, 노쇠함 까지도 잘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이 어른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용서하고 이해하고 관대하며 젊은이의 힘과 열정에 경쟁하여 가르치거나 이기려 들지 않는, 젊은이가 돌보아야 할 어린아이가 될 수도 있으며
더이상 성취를 위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내 뜻을 관철시키기위에 싸움을 벌이는 일도 없어야 하는
내가 이나이를 졸업하고 들어가야할 다음 단계의 어른의 모습이 그래야 할 것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춘천에 눈이 많이 왔답니다. 그곳을 지나던 이가 얼어붙은 강을 찍어 보내 줍니다.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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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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