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 연달아 취소됩니다.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 한달 전에 약속했던 친구들과의 만남도, ' 아무래도' 찜찜하다는 이유로 미루자고들 합니다.
.. 유행하는 호흡기 감염질환이 병원외의 장소에서는 걸릴 가능성이 적다고, 설득해 볼까하다가 , 그만둡니다.
사소한 시작으로부터, 문명사회를 초토화 시키는 질병재난영화의 장면처럼,
메르스 몇번으로 번호로 매겨져 그의 동선이 낱낱히 밝혀지는 보균자들은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래픽상의 점, 사건으로 취급됩니다.
모두들 입에 ' 메르스..' 를 달고 다닙니다. 그 두려움의 실체는 무엇인가.
" 오늘날 노인을 돌보는 사람의 부담은 100년전보다 훨씬 무거워졌다
의료화 시대에 장애가 있고 노쇠한 사람을 돌보는 일은 기술적으로나 일상생활의 면에서 엄청난 임무다
복용해야할 수많은 약들을 모두 파악하고 분류하고 다시 채우는 것만도 보통의 일이 아니다.
의사는 매주 만나야 하고 각 의사는 계속해서 검사와 촬영을 위해 다른 전문의를 추천하고...
24시간 가동하는 컨시어지(concierge),운전기사, 스케쥴 매니저, 약이나 기계문제 해결사, 요리사, 가정부, 안내원 가계수입원..."
아무리 애절하게 집에서 있기를 희망해도 나이들어 육체적 독립성을 상실하면 결국 total care를 할 수 있는 병원이나,요양원으로 가야합니다.
그런데 나이들수록 현재의 일상을 계속 유지 하는 것, 익숙한 인간관계에 만족과 행복을 느낍니다. - 아툴 가완디 , Being Mortal
병원이란, 쇠약하고, 아무 힘이 없을 때 두려움을 안고 찾아가는, 의지, 구원, 치유의 장소라 할 수 있을겁니다.
일종의 성소이며 위대한 힘을 가진 성채일 수도 있고, 신비로운 비밀의 샘이라는 원형이기도 합니다.
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병원은 더욱 복잡하고 ,마술적인 능력을 가지게 되어
사람들은 그 힘에 의지 하지 않고서는 살아 갈 수도 없게 더욱 무력하기만 합니다.
그 병원이 아주 위험한 장소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많던 환자들이 어디로 갔는지, 병원이 텅텅비고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답니다.
잠잠해지면 사람들은 도저히 개인으로는 어찌 해볼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을 도움 받기 위해 병원으로 몰려 갈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병원 다시 멋진 현대적 시스템으로 겁먹고 매달리는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위임한 힘을 휘두르며
' 중요한 경영상의 문제' 로 ,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비밀 에 붙이며, 사람은 숫자로 파악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을 일종의 ' 의학적 경험'으로 만드는 실험은 끝없이 계속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그 무소불위의 힘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통제가 안될 경우에는, 사회 전체에 장애를 일으킵니다.
지금 일어 나는 일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입니다.
의과대학의 3학년 말부터 병원에서 임상실습을 시작합니다.
그 무렵, 저는 친구들에게 ' 병원가기가 싫어' 농담처럼 그랬는데 정식 의사가 되어서도 병원을 좋아하지 않았으니, 한심한 일입니다.
다행인 것은 전공을 정신과로 한 덕분에, 의료기구라고는 전혀 비치되지 않은
책이나 그림으로 장식된 조용하고 방해받지 않는 진료실에서 지낼 수 있었던 것으로 제 역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수련의 시절에 병원을 두려워 했던 것은 죽음이나 병의 악화, 실패에 대한 책임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저히 그 일을 해 낼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30여년 , 때로는 무심하게 넘기기도 했지만, 밤을 지새우며, 초조해하고,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면서 피가 마른 적도 많습니다.
남들이 다 아니라해도 나의 실수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던 적도 있었으며,
' 별로 유능하지 못하다는' 스스로의 판단 때문에 미리 실수를 인정하고 상황을 고백했습니다.
거의 대부분, 저는 용서를 받았으며, 때로는 제 마음고생에 대한 위로도 더불어 받았습니다.
아무도 인간이, 완벽하게 죽음이나 병의 진행을 , 그리고 실수를 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책임으로부터 조금이라도 가벼워 질 수 있는 것은 , 상호 소통과 신뢰이며,진실을 고백할 용기입니다 ...
여러가지 이유로 소통은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늘 한편 미안했습니다.
언젠가 이들과 다시, 좀 더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기를,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Psychiatri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밤의 꿈* (0) | 2015.06.25 |
---|---|
여름 새벽에. (0) | 2015.06.16 |
讀中所感 - 담론 (0) | 2015.06.04 |
뷰티플 마인드 (0) | 2015.05.27 |
나는 왜 내가 될 수 있는가* (0) | 2015.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