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11월

torana3 2013. 11. 7. 13:30

1. 그녀가 퇴원했습니다.

정신의학의 교과석 적인, 또는 의료비를 산출하는 메뉴얼의 내용대로라면 병명을 대 여섯 가지는 붙일 수 있겠지만,

그녀  자신은 절대로 인정 할 수 없는 타인과 사회의 관점일 뿐입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 성격'의 특이함입니다.

그러나, 그 로인하여, , 자신과 가족에게는 심각하게 고통스러운 일들이 발생 하므로, 결국, 격리되어 입원 하기로 했지만은,

그녀가 감정의 공유를 기대하지 않는 타인 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나이스한 사람으로 인정 받기도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만성 환자들을 위한 병동에서는 자의가 아니라면 계속 입원을 강권하기는 어려워

제가 중재하여 가족들이 모였습니다. 예상대로, 갈등의 골은 여전히 깊어,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들의 말은 언어가 아니라 폭팔적인 감정 들입니다.

위로받고 기대고 싶어 하는 본심은 숨겨두고, 서운함, 또는 병적인 피해의식의 분노와 흥분만 재현됩니다.

 좋은 관계를 오래 지속 할 수 있는 이유는 상대방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 절제하고, 성실하며, 공정하고, 서로 순응 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에 대한 원망의 끝에 , 울음 섞어 토하는 말이- 나도 나의 이런 DNA가 싫어 ... 하십니다.

깊은 외로움이 느껴져 슬펐습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그 힘으로, 타인에게도 너그러워 질 수 있는 , 해피엔딩에 대한 기대를 그녀의 손에 꼭 쥐어주고, 보냈습니다.

 

2. 어제 아침, 하늘밭 블로그에 들렸다가 최화백님의 11월 예찬을 들었습니다.

"자신을 알아 주는 사람의 곁에 조용히 머물다 가는, 가을과 겨울 사이...가장 맑고 투명한 달.."

내가 언제 11월에 관심이 두었던가,  화려한 가을 시월과 장엄한 겨울 12월 사이에 끼인,

캘린더에 특별한 이벤트도 별로 없이, 건너 뛰는, 조금  을씨년 스러운... 한 달에 대한 인상 뿐입니다.

갑자기 11월이 달관한, 너그러운, 잔잔한,  명징함..  어쩐지 안심이 되는 좋은 선물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러고 있다가, 학회의 선배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생각지도 않는 중책을 제의 하십니다...

펄쩍 뛸 만큼 놀랄일, 절대 안되는 이유와 핑계들이 , 제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튀어 나옵니다.

그러나.. 골치 아픈  개인 적인 문제들을 대는 것이, 타인에게 수긍이 될 일인가...

나올 반응이 예상 하고 계셨던 듯.. 조곤조곤 타이르면서 하시는 말들이, 아, 저 그저... 하다가 입을 다물게 됩니다.

 

나에게 11월의 선물이 이런 것이었던가,

내가 원하는 형태의 삶.  할 일 마치고, 소파에 길게 누워, 책을 보거나, 영화 보거나 숲에가서 노닥 거리는 평온함.을 잊을 정도로

겹치는 어려운 일들로 녹초가 되고 가만히 있어도 마치 또아리를 틀고 응시하는 불안과 아리한 슬픔... 그랬던 지난 수개월의 감정을,

전혀, 생각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갑작스러운 역활이 나한테 던져지는것....

 

거절의 가능성을 다 놓치고, 통화를 마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평생 책임 있는 일, 사회적 역활에 대해서는 무관해도 될 만큼 적절하게 잘 피해 왔는데

더우기 이 때, 평온하고 자신 만만 하고, 세상사가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질 때가 아닌, 마침  기가 죽고 마음도 약해지며,

이제는 별로 새로운 일 을 시작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마음 다  접고 있는 차에... 섭리攝理라는 건가. 좀 멍해집니다.

 

3."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분다.너는 그소리는 듣지만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성경에 나오는 말이랍니다. 그 성서적 해석이 어찌하든 간에, 마치 아름다운 운율이 붙은 것 처럼

마음으로 읊습니다.

 

 

 

 

 

 

* 볼드체는 요새 다시 보고있는 C.S. 루이스의 인용입니다.

*11월에 그렸던 그림 들입니다.  그리고 고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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