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다림의 극치는 미당의 질마재 신화에 나오는 신부의 이야기 일 것입니다.
"...매운재가 되어 폭삭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초록재와 다홍재로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어려서도 그러하고, 자라면서, 항상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색색 고운 재가 한 무더기, 눈 앞에 어른 거립니다.
젊은 시절에는 하룻밤 본 신랑이 무어 그렇게 까지 그리워 할까, 했지만,
실은 이런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둘은 아주 깊고 행복한 사랑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아주 아주 사소한, 인간의 변덕이 갑자기 미움으로 변하여,
신부는 무어라 붙잡을 수도, 해명 할 수 도 없는채 , 그렇게 신랑을 떠나 보내고
긴 세월을 그리움에 울다 지쳐 재처럼 말라 버렸을 겁니다.
2. 이미륵 님의 압록강은 흐른다.
수채화 처럼 맑은 그 이야기 속에 애간장을 녹이는 그리움을 읽습니다.
아들이 학교를 다니다가 독립 운동에 연루되어 어머니는, 그 아들이
고초를 겪을 까봐, 또는 그러나 더 무서운 일들이 일어날까봐 허둥지둥,
그래도 갈수 있는 데 까지, 국경의 강가에 쫒아와서, 잃어 버리느니, 그리움으로 내 가슴에 사무칠일이 그래도 그게 낫다.
하여 먼나라로 기약없이 떠나보냅니다.
그러나 그렇게 긴세월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누이의 편지를 받습니다.
꽃밭에 꽃들이 흔들거립니다- 압록강은 흐른다 속편의 마지막 구절은 그렇게 끝납니다.
3. 최용건 화백님의 그리움
"그리움에도 끝이 있어 극지가 있다면 좋겠다.
탐험가 아문젠 처럼 두발로 꼭 밟아보고 돌아 올 수 있을테니까
그곳에도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칠까?"
극지처럼 매서운, 견디기 힘든 눈보라가 쳐도 , 그게 끝이 아닌 것이 그리움인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