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한 아이가 거미 줄을 제작중입니다.
우산 살을 걸어 놓고 , 거미가 줄을 그으며 내려 오는 모습을 표현 하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는 다고 합니다.
숲 주인의 참견.
" 어떤 화가는 거미줄을 가지고 작업을 했다더라"
" 아예 거미를 잡아 다가 집을 짓게 하는 것은 어떨까"
이런 때는 아이들이 훨씬 현명합니다.
" 집 안지을 것 같은데요"
" 안되면 할 수 없지만..." 어른은 급 실망합니다.
아라크네의 이야기가 희랍 신화중에서 특히 인상깊었었습니다.
왜 그 오만하고 철없는( 어릴 때 마음으로) 처녀 아이의 사연이 푸쉬케의 사랑 이야기 보다 더 흥미로웠을까,
최초의 기억 들이 적절한 감정이나 판단이라는 정신기제 와 상관 없이 입력이 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 후, 일어나는 갈등들의 표상으로 과거의 인상들을 끄집어 내어 조작하는 것일 겁니다.
오래된 고향집, 구석구석, 비단 같은 거미 줄이 피부에 어저다 닿았을 때, 그 끈적임의 불쾌감,
소스라쳐 도망 치는 검은 거미 들... 때로는 그들이 포획되어 버둥거리는 먹이감을 노려 보고 있는 거미가
괴물로 확대되어 버리는 상상은, 일루전일까, 꿈의 한 장면이었을까..
긴 장마로 만상이 물에 푹 젖어 있습니다.
공중에서는 수증기로 분산되어 있지만, 받아 들여 주는 곳에서는 , 이렇게 장력張力을 모아 형태를 드러냅니다.
이 줄의 주인은 무슨 생각으로 긴 여정을 도모 했을까
회광반조 回光返照
변하지 않는 것, 굳건하고 안전한 것을 추구 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붕괴의 작은 조짐에도 두려워 안간힘을 쓰면서, 일시적으로 겨우 붙들어 매면서 한 숨 돌리는 그리고 그것이 영원하리라는 착각을
어리석게도 또 합니다.
처음 부터, 부스러져 소멸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있는 힘을 다해 밝은 빛을 발하는, 유한함으로, 더욱 아름 다운, 그런 정신의 표상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거미줄이나, 아침 이슬에 이토록 마음이 끌리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