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가을. Autumn in NewYork
비슷한 부류의 - 잔잔한, 멜러 드라마- 장르를 즐겨 보았는데도 당시 놓친 영화 입니다.
평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사관과 신사이후 리처드 기어의 수선스러운 캐릭터( 일탈된, 조증, 결국 파국에 이르는) 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던 탓인가,
그러나 영화나 책은 , 어느 싯점에서는 당시의 감성과 딱 맞아 떨어져, 이전에 패스 했던 것을 다시 선택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대개는 전의식(preconsiousness)의 작용이지만, 그런 계기로 마음의 움직임을 들여다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줄곧 시간time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사관과 신사 An Officer and a Gentleman 1982
의과대학의 마지막 학년에 진급하기전, 늦은 사춘기적 혼란으로, 성적은 바닥이며 , 의사가 된다는 일에 회의, 자신도 없어
그만 포기하고 싶은 충동을 겨우 수습하고 신학기를 앞 둔 어느 날 퇴계로의 중앙극장에서 보았던 영화입니다.
청년의 고뇌를 잊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주인공 역의 리차드 기어와, 그 저녁 의 인상들이 어느날 이 아침, 문득 ,
묘한 향기를 뿜고 있었던 탓인가.
시간에 대한 인식은, 양적인, 그리고 공간화 된 이미지로 만들어 지는 것 같습니다.
사라져 가는 시간, 고통과 슬픈 시간, 한계, 유한, 이런 것들을, 대개는 살아 있는동안, 인간은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새로운 사건을 찾아내거나 만들어 겅중겅중, 간격들을 건너 뛰고, 그렇게 조작해서, 한없이 늘려진 시간들을 살아갑니다.
그렇게 살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윌 킨 은 발목이 잡히고 맙니다.
그것은 옛 시절, 겪지 않고 넘어서 버린, 젊은 시절의 그 시간들 때문에 일어 난 일입니다.
샤롯은, 반대로 짧게 주어진 시간을, 한치의 간격도 없이, 점을 찍듯이 살아갑니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주저없이 사랑하고, 이별과 질투와 배신감, 모두 그시간 내에 겪어냅니다.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장엄히 연주 하는 듯 환희에 찬, 뉴욕의 화려한 가을 처럼, 그 짧은 순간들...
그러나 그 여운은 영원히 남습니다.
영화의 엔딩 부분 시 구절, (원문을 찾지 못해서 자막을 베낍니다)-에밀리 디킨슨의 시라고 생각되는데,
시간도 새의 날갯짓을/ 멈추지 못하리
새는 날개와 함께 /깃털처럼 떨어지니
하늘을 나는 어떤 것도 /종달새도/ 그대도 /덧없이 죽지 않으리
깃털처럼, 팔랑 거리면서 느린시간 천천히 사라져 갑니다...
화선지에 파인라이너로 그리고 물로 번지게 한 후 먹으로 배경.화선지의 겹친 부분에 배인 것도 추가
시간에 대한 또다른 영화 레이크 하우스도, 우리가 인식한 시간이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
결국은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상실과 고통의 의미를 어떻게 읽고, 아름다움으로 승화 시킬 수 있는가...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한동안은 이런 비현실적인 멜러 드라마에 다시 빠져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