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두 여자 이야기

torana3 2012. 7. 2. 09:34

두  분 다 50을 넘겼으니 중년의 나이지만, 우리는 그리 보기가 어렵습니다.

10대에 발병하여, 병원을 들락거리느라, 그녀들의 세상살이는 거기서 멈추어 버렸습니다.

아니, 능력은 더 퇴화되어, 그들의 정신, 신체 활동은, 대, 여섯살 아이들과 같습니다.

 

H.  11-13명(?) 정도의 마귀가 그녀 옆에 늘 있습니다. 성가셔 죽겠다는 표정으로 '괴롭혀요'

하거나, 낄낄 웃으면서 재미 있어 하기도 하고, 식당에서도 테이블에 앉지 앉고 굳이

식판을 바닥에 놓은채, 아마 사이 좋게 나누어 먹는 리투얼인가 봅니다.

간식을 매트리스 밑에 놓아 두었다가(마귀 몫) 썩어버려, 우리를 질 겁 하게 만들지만

오랜세월 그녀는, 언젠가 그의 정신의 전부를 차지 해버린, ' 마귀' 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젊어서, 고운 가사 선생님이셨는데, 영특한 딸을 큰도시에, 친정어머니 딸려 유학을 보냈는데,

그 후 병이 들었다 해서, 지금껏 회한으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최근에도 며느리가 아파, 대 수술을 여러번 받느라고, 이 환자 딸을 보러 오지 못했다고,

반, 자신의 슬픔을 한탄하시면서 긴 통화를 하십니다. 

그 때 그녀가 스테이션의 문을 열고 들어와 " T.V. 켜주세요, 무표정.

T.V.를 관심있게 보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병동의 돌아가는 일과에 맞추어, 나름, 챙기고 다닙니다.

큰눈을 꿈뻑 거리면서, 왕년의 고지식하고 순하기만 한, 우등생 소녀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E.

갑자기 창백해지면서 배를 움켜 쥐고 아파 죽겠다고 데굴데굴 구룹니다.

움푹 들어간 큰 눈, 날씬하고, 윤곽이 뚜렷하여, 서양 미인 같았다고, 그녀의 이십대를 알고 있는 한 직원이 회상 합니다.

사춘기에, 큰 딸이 학교 적응을 못하고,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병인지 모르고, 몰아 치기만 했다고 그 어머니가 말 하십니다.

 심한 식탐으로, 맨날 먹을것을 요구하고 한번씩 감당 할 수 없이 공격적이며, 상스러운 말을 뱉어냅니다.

너무 먹어 대고, 운동을 안하며, 또 약이 변비 유발의 가능 성이 있어 주의 하고 있었는데,

최근, 철분 제제가 추가 되면서, 대변 보기가  어려웠던 가봅니다. 자칫 장폐색으로 이어 질 수 있는 응급 상황입니다.

핑거 에네마( 손가락을 항문에 넣어 대변을 제거 하는) , 관장, 하는 동안, 통증이 심해져서, 욕을 하고 울부짖고, 산고産苦에 버금가 보입니다.

이병기 선생님이 만년의  어느 날 일기 " 오늘은 똥을 쌌다." 쓰셨습니다.  배설이 이리도 힘듭니다.

몇번에 걸쳐, 아기 주먹 만한 단단 한 변을 보고 나서야, 지쳐서 아기 처럼 쓰러져 잠이 듭니다.

 

정신병동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백안시 하는 것 압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사람 사는 데이며,

보살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을 보살 피는 이타심( 굳이, 희생, 숭고, 봉사 라는 말 까지는 아니더라도) 들이 존재 합니다.

몇 칠전, 덤벼들어 할 퀸 자국이 손등에 남아 있어도, 아파 몸부림 치는 저 큰 어른 아기를 ,

 화장실에서 안쓰러워 손 붙잡고 같이 울면서 , 몇 십분이나, 배를 문질러 주는, 우리 착한 동료 들이 있습니다.

 

조현증 환자 들에게, 왜 하다못해, 김밥 싸는 일이라도, 기본 적인 일이라도 가르치지 않느냐고들 흔히 말합니다.

그들은 , 그러나, 일반적인 지적 장애와는 다릅니다.

타인들의 세계에 통용되는  일들을 가르치는 것 보다, 우선 하는 것은, 그들의 세계를 이해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증상을 비정상, 없어야 할, 제거 되어야 할,것으로 무시 해버리고

 세상의 일을, 억지로 가르치려 하면, 그들은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우주 저편으로 달아 나버립니다.

 그들의 세계를 놔 둔채, 보통의 사람들과 공유 할 수 있는 , 삶이 제시 되어야 합니다.

 

가끔 씩, 옆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방긋 웃으며, ' 고마워요' 할 줄 압니다. 소통이 가능합니다.

 

                                                           압화壓畵를 해보려고 화선지에 몇칠 눌러 놓은 꽃 잎들이 다 썩어 벼렸습니다. 

                                                               골짜기 , 웅덩이 메워 건물을 올렸다니, 습기가 많은 모양입니다.

                                                                    가을에나 다시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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