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원圓

torana3 2011. 10. 12. 11:56

미술시간은 학창시절에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지만,

그만큼, 수업내용에 따라, 기대가 어긋나 실망하게 되는 기억도 있습니다.

고등학교가 입시위주의 공립여학교라, 미술시간은 등한시 되었고, 단 한분 계신 선생님은

그림에 관심이 없으시며, 그저 3년내내 서예만 시키셨습니다.

친구들은 나중에 솜씨들이 좋아져서,표구까지 할 정도였지만

저는 왜그런지, 끝까지 작품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사실, 악필입니다.

 

또 한가지, 포스터를 만들지 못합니다.

그림그리기가, 글을 알기 이전에, 마음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표현해 내는 수단이어서,

예를 들면 반공포스터를 그린다면, 전쟁에 대한 서사시 만큼이나 복잡해지니

포스터로서는 점수를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최근에,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아이가, 그래서

제 그림의 복잡하고, 간혹 추상적이기 까지한, 소재를 별로 좋아 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간결하며, 분명한 메세지가 전달되고, 감상자가, 갖고 싶어 하는, 그런 그림을 선호 합니다.

만약, 심우도尋牛圖 로 친다면, - 구도자의 깊은 여정을 표현 하는 것이지만, 그 목표가 그림그리기라면

저는 이제 막 소를 발견 하였으나, 그것을 잘 길들이지 못해서,

고삐를 조이고, 분투하는, 방법이 틀렸나, 내 소가 아닌가,  자신이 없어 포기 하고 싶은  단계...

최후는  원圓 하나의 모습으로 귀결되는 줄줄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아우르고 비워버리는 ....

 

그러고 보니, 눈에 띄는  상품 디자인, 또는 카피, 오늘 열어본 구글메인페이지의 새로운 로고  등,

단순하면서도, 아름답고, 단박에 메시지가 전달되어 교감이 가능한 간결한 형상들입니다..

도전해 보고 싶은 ... 의욕이 생깁니다.

 

피터 브뤼겔의 이카루스의 추락입니다.  세상에서 무슨일이 일어났건, 밭갈이에 몰두하는 농부와소의 無心을 닮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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