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마비가 쏟아져 정강이 까지 차오르는 물 길에 고무신이 진흙뻘에 빠질까 발바닥에 힘을 주며
집으로 돌아오던 어린 시절 컴컴한 여름 한 낮.두려움도 불안이나 짜증도 없었던 그 마음을 문득 떠올립니다.
젊은 시절에는 고난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다짐으로 살았습니다.
그래야 이유를 알아 낸 다음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더, 그건, 우연이다, 아니면 운명이다 라는 생각으로 기웁니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반도르말 감독( 제 8요일을 만들었던)의 영화.
게으르고 심술맞은 신은, 인간들이 자신을 계속 추앙(하하) 하게 만들기 위해, 죽기 까지 남은 운명의 시간을 비밀로 합니다. 사춘기의 반항적인 그의 딸이 모든 사람에게 남은 시간을 문자로 발송하여 공개 해버립니다.
자기의 남은 시간을 알게된 인간은 그러나 패닉해지지도 앟고 담담히 운명을 받아 들입니다. 더이상 기도도 신도 집착할 필요도 없이 편안하고, 서로를 애틋하게 보살피고 사랑합니다.
한번씩 회오리쳐 올라오는 분탕이 고요히 가라앉게 되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도 .. 그래서인 듯합니다.
2. 여전히 약간의 비현실 적일 수도 있는 인간애의 본질을 묘사한 드라마 작가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우울함의 심리를 탁월히 묘사한 두 장면.
- 우리들의 블루스 선아: 불이 켜져 있는데도 사방이 깜깜해요, 온몸이 물에 젖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아요.
- 나의 해방일지 구씨. : 소주병을 치우기 싫어서 그대로 놓고 둥그렇게 몸을 구부린 채로 잔다.
마치 무덤에서 일어나 내 무덤을 벌초하러 나와야 되는 것 처럼 무겁다.
이런 문학적 표현이 나락에 떨어진 인간에게, 물론 곧바로 위안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그 마음을 이해 해 보려는, 공감, 인간의 모든 행위에 대한 관조의 시선.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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