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아침, 서둘러 준비하면서 연신 시계를 봅니다.
잘 맞추면 전철역에 내려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잡아 탈 수 있을 것 같은 시간,
지하철역 몇 계단 내려가다 이리 바삐 시간을 재는 일이 싫증납니다.
게다가 오늘은 도로가 한산한 날, 다시 되돌아 가 버스를 탑니다.
노란 은행잎이 햇빛에 반짝이며, 공기의 춤사위에 실립니다.
마음 한켠에 어찌 해보지 못하는 황폐한 돌 밭이 있습니다.
기분이 들뜨고 오만해 질 만 하면, 덩달아 쑤시고 튀어나와,
내가 보듬어야 마땅할 사람들에게 심술을 부립니다.
아직도, 이리 사위어 가는 맑은 계절에도,
옳은 것이 뭐니 따지는 분별을 놓지 못합니다.
버스가 남산길을 내려와 광화문 도심에 들어 서는데,
어린 전경 아이들이 제복 차림에 부동 자세로 곳곳에 서있습니다.
좀 나이에 어울리는 밝은 표정을 해도 된다고들 해주면 좋겠습니다.
그게 더 나은 인상이 되지 않을까요?
긴장, 엄격, 엄숙, 권위 이런일들은 그리 자주 사용하지 않아도 큰 상관이 없을텐데요..
지난 시월 중순 쯤 아침 출근 해보니 노란 국화를 꽂은 작은 달항아리 화병이 제 방 책상에 놓여 있었습니다.
꽃꽂이의 솜씨가 아주 좋은 직장 동료의 선물입니다.
오래 향기를 맡다가, 거의 말라 가는 것을 버리기가 마음 쓰여서, 마른 용기에 옮겨 놓다가, 잎이 몇장 떨어졌습니다.
붉은 단풍색을 좀 과장하여 첨색해서 그려보았습니다. 2010.11월. 연필, Crayola 색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