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새로운 시작 V - 상실

torana3 2019. 7. 9. 10:23

"...그중 무엇도 별이 총총한 밤하늘 만큼 내게 강하게 와 닿는 일은 없었다...

나는 꼬마 때부터 상실에 -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에- 대처하기 위해서 비인간적인 것으로 시선을 돌리는 법을 익혔다. ...

여섯살 나이로 기숙학교에 보내졌을 때 숫자가 내 친구가 되어 주었다..

열살에 런던으로 돌아온 뒤에는 원소들과 주기율표가 친구였다.

살면서 스트레스를 겪는 시기에 나는 늘 물리과학에게로 향했다. 아니 귀향했다.

생명이 없지만 죽음도 없는 세계로..."   -  올리버 색스  Oliver Sacks



나에게는 어떤 상실이 있었을까,

청년기에 이르기 까지 주변에서 의존하는 대상의 죽음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


기억이 파편으로만 존재하던 어린 시절, 우리가족은 이리( 지금의 익산) 에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남원으로 전근을 가시는 바람에, - 그 당시 광한루에서  외할머니와 셋이서 찍은 사진으로는 내나이 서너살 짜리로 보여집니다-

 어머니의 친척 동생인 이모가- 왜그랬는지 형제들은 남녀 공히 언니라고 부르던-  나의 주 양육자였고, 그녀에게서 말과 인지를 익혔습니다.

밤에는 아버지 등에서  금자동아 옥자 동아 하는 자장가를 들으며 잠들기도 했습니다.


가끔 어머니가 남원으로 나를 데리고 가셨는데, 저는 들떠서 기차 창에 붙어서 가는 내내 노래를 부르고

기차가 철교를 지날 때 타보지도 않은 비행기 탔다.고 소리지르고 ,

곡선의 선로를 달릴 때는  차창밖으로 몸을 내밀어 기차의 꼬리를 돌아봅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수업에 들어 가시는 동안 나는 혼자 어머니의 관사에서 기다렸습니다.

아기때도 마루의 가장자리를 손으로 짚어가며 기어서, 참 조심스러운 아이라고 들었는데,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들의 두려움, 조바심, 누군가가 어머니보다 먼저 올까봐...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면 얼른 책상밑으로 들어가 숨었습니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서야, 슬며시, 기어나와, 안도하던...

그 기억들이 생생합니다.


어머니는 왜 간혹 나를 두고 사라져 버리셨을 까,

버려진 어린아이의 공포를  어머니는 알지 못하셨을까,

어디에 계셨던 걸까, 무슨 일에 몰두하느라 , 빨리 돌아 오지 못하셨던걸까..

그리고 나는 또 내 생각에 잠겨서 내 아이들이 두려움과 슬픔으로 허우적 대는 것을 못 보고 지나 버렸던 걸까...


제 6일/ 제 7일/ 제 8일

-지난 겨울에 말려 두었던 꽃들을 그림에 붙입니다. 한없이 한없이... 너무 많아 지치고 힘 겹기도 하지만, 구석구석 낱낱히 붙입니다.

-빛 바래고 말라 부스러진 꽃잎에 색을 입힙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서  하트여왕의 명령으로 트럼프 병사들에게 흰장미를 붉게 칠하는 것처럼...

-꽃을 고정 시키느라고 바니쉬 왁스를 붓으로 일일히 코팅 시켜 줍니다. 부숴지고 버려지는 일이... 아직은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