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치는 밤. 갑자기 정전이 되면서 천지 사방이 순식간에 어둠속에 묻혀버립니다.
더듬어 성냥을 찾고 촛불을 켜거나, 아니면 다시 전기가 들어 올 때까지 숨죽이며 기다립니다.
어린시절에는 그런 날들이 많았습니다.
천둥 치는 밤은 , 동굴에 숨어드는, 신화를 두려워 하는 선사의 인간처럼, 웅크립니다.
작은 불빛에 유령처럼 어른 거리는 그림자를 보면서, 어머니의 품에 파고 들어 나즈막한 음성에 귀 기울입니다.
천둥치는 밤에 헛간에 숨어 든 두 짐승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그 무서운 밤을 함께 지냈답니다.
아침이 되어 밝은 햇살이 비추자 , 서로를 알아 보게 되고, 양과 여우는 이미 깊이 서로를 이해하는 친구가 되었답니다.
우리는 너무나 밝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아주 다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도움이 안되거나 해가 될 수도 있다고 단정합니다. 그래서 버립니다. 실은 자기 자신도 같이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어린 시절, 검은 하늘을 쪼개는 섬광, 우르르 몰려오는 천둥소리에 숨죽이던 비오고 바람부는 그 밤을 잊지 못합니다.
요즈음에도 간간히 그런 밤들이 있다해도 그 위력은 약합니다. 인간이 만든 조명을 꺼뜨리지 못하며 아무런 신화도 불러 오지 못합니다.
마치 꿈 결 처럼, 멀리서 슬쩍 나타났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빗소리도 바람소리도 잘 들리지가 않습니다.
대신에 태양보다 밝은 빛 아래에서, 티브이 수상기안 마치 디스토피아의 기계인간같은 그들이 쉴새없이 쏟아내는 스마트한 말들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의 불안한 꿈의 이야기를 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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