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나는 쿠마에서 한 무녀가 항아리 속에 매달려 있는 것을 직접 보았다.
애들이 '무녀야 넌 뭘 원하니?'하고 물었을 때 그녀는 대답했다. '난 죽고싶어' --T.S. Eliot 荒蕪地
어두움은 도처에 존재 합니다. 빛과 다른 공간이 아니라 그와 대비되어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는 자연적인 시각으로는 식별이 안되므로 환상이 투사 되어 지는 곳 이기도 합니다.
고향 집에 키 만한 큰 항아리가 있었습니다. 일 년에 한번 비어지는데,
까치발로 들여다 보다가 어두움에 빨려 들어 갈 것 같아서 두근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항아리
내 키만한 항아리가
배 내밀고 앉아 있다.
여름내 묵혔던 짠 냄새
막 부셔내고
가을 볕에 몸 말리며
싱긋 웃고 있다.
모르게 다다가서
주둥아리 속을 슬쩍 들여다보니
바닥까지는 족히 열길은 될 것같고
칠흑같은 어둠이 회오리 치면서 올라 오는데
귀신이 어떻고 도깨비가 무어라고
웅얼웅얼 바람소리처럼 들리는데
무서운 이야기 다 담고도
입 찢어지게
반짝반짝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