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항아리

torana3 2010. 8. 31. 08:34

 

                                   언젠가 나는 쿠마에서 한 무녀가 항아리 속에 매달려 있는 것을 직접 보았다.

                                   애들이 '무녀야 넌 뭘 원하니?'하고 물었을 때 그녀는 대답했다. '난 죽고싶어' --T.S. Eliot 荒蕪地

  

어두움은 도처에 존재 합니다. 빛과 다른 공간이 아니라 그와 대비되어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는  자연적인 시각으로는 식별이 안되므로  환상이 투사 되어 지는 곳 이기도 합니다.

고향 집에 키 만한 큰 항아리가 있었습니다. 일 년에 한번 비어지는데,

까치발로 들여다 보다가  어두움에 빨려 들어 갈 것 같아서 두근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항아리

 

내 키만한 항아리가

배 내밀고 앉아 있다.

 

여름내 묵혔던 짠 냄새

막 부셔내고

가을 볕에 몸 말리며

싱긋 웃고 있다.

 

모르게 다다가서

주둥아리 속을 슬쩍 들여다보니

바닥까지는 족히 열길은 될 것같고

칠흑같은 어둠이 회오리 치면서 올라 오는데

귀신이 어떻고 도깨비가 무어라고

웅얼웅얼 바람소리처럼 들리는데

 

무서운 이야기 다 담고도

입 찢어지게

반짝반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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