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린시절, 아무거나 잘 먹었습니다.
제 돌 선물이었다는 두터운 스테인리스 밥그릇은 실은 국그릇만 했으며, 상에 올라오는 다른 음식도 어른 들과 똑 같은 양이 제몫이었습니다.
손 크신 어머니가 궤짝으로 들여 놓으신 사과를 , 우물에 던져 , 차겁게 한다음 두레박으로 건져 먹었습니다.
쌀이나, 떡국용 떡으로 남은 것을 말렸다 튀밥을 만들어도 대광주리 한가득씩이었습니다.
겨울에 아버지의 고향에서 친척 어른이 보내 주신 홍시감을 장독에 짚깔고 보관하였고, 동지 팥죽은 그 장독 위에 서너 다라이
씩 식혀 놓아 겨울에는 그 장독대가 냉장고나 다름 없었습니다. 춥고 어두운 겨울 밤, 용감하게 뛰어나가 잘 물른 감을 골라오거나, 팥죽 한그릇을 떠다가
잽싸게 방으로 뛰어 들어와 이불 뒤집어 쓰고 먹던 그 날, 백열 전등이 조명으로 비추어진, 행복한 어린날의 광경입니다.
어머니, 외할머니, 외숙모, 상순언니.. 그분들은 음식과 사랑으로 저를 키워주셨습니다.
호떡, 호야빵- 아, 검색해보니, 고향쪽 지방신문에 어떤분이 60년대 풀빵이라고 기억해 놓으셨네요- 십리사탕, 별사탕, 띄기( 지금의 달고나, 우리는 틀로 찍은 모양을
띄어 오면 다시 만들어 주기 때문에 그런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삼각 비닐에 포장한 색소 음료 , 아이스케키
그 달콤한 먹을거리들로 삶의 언저리에 있는 황홀함을 알았습니다.
2. 백화점에 어느 초코렛 가게나 음식점 앞에 길게 늘어선 행렬을 봅니다. 기다려서라도 먹어야 하는 그 일이
보호와 따뜻한 사랑, 살아가는 데 가미되는 달콤한 입맛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만 하는 조급한 자기애를 달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3.몇년전만 해도 생소한 재료, 향신료가 없어서 포기하게되는 복잡한 레시피들이 주로였는데,
요리사들이 아닌 보통사람들이 가족을 먹이느라고 만들었다고,사연을 붙이는 이 레시피들은
한두가지 재료는 없어도 된다고 솔직하게 말해줍니다.
몸에 좋다거나,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 보다도 맛있고 푸짐한, 군침이 도는 ,그런 포스팅에 주로 클릭합니다.
다이어트에 관한 많은 속설이, 엄청나게 많은 육류를 소비하는 외국의 사례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으로
맹신한다면 웬만한 집에서 하는 요리마져도 약처럼 먹는 셈이 됩니다.
저는 무조건 맛있게 먹을 음식을 만듭니다. 아침에 감자 스프를 끓입니다. 소금도 버터와 치즈도 넣습니다.
4. 먹는일이 다른 불행한 마음을 달래는데 느끼는 허기 때문은 아니어야 할 것입니다.
잡지에 나와 있는 그림을 보고 연습합니다. 너무 서툴러서 생초보같습니다.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을 보려고 그냥 붙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미진한 부분을 보충하려는 것이 저의 변주입니다. 사람의 표정이나 움직임에 대한 묘사- 근육의 형태-
군더더기 없이 본질에 집중하기, 그 본질이란 옳은 일, 선한일, 행복한 일, 등등일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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