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우주 이야기 만큼 난해한 주제일수도 있습니다.
저는- 주책 맞게도, 오랜만에 재 입원하는 환우들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오래 소식이 없으면 잘 지내겠거니 하면서도, 좀 보고싶기도 합니다.
Y씨도 그 중 하나입니다.
몇 번의 자해 행동과, 몇칠을 굶어 누군가에 발견되어서, 입원 조차도 스스로 결정 못하는,
그녀가 초췌한 차림에 이끌려 들어 왔을때, 왈칵 안아 달래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했습니다.
입원후 열흘쯤 지나 예전의 그, 의존적이고, 얄미울 정도로 사소한 잇속을 차리며 슬슬 요구가 많아 지는,
처음 보았을 때 짧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저는 작가가 될거에요, CSI같은 특히 잔인한 장면을
밤새워 본다고, 어디로 튈 지모르는 충동적인 허스틸리티로 다를 전전 긍긍 할 때, 그 모습이 다시 떠오릅니다.
오래 환자를 대하다 보면, 저는 두터운 자기방어적 모습 뒤에 숨겨진, 그들의 순수하고 즐거웠던 개인적 역사가 캐치됩니다.
시골 마을에 9남매 막내이고, 태어날 때 이미 부모님은 평생 고된 농사일을 하다 늙어버린 노인들이었습니다.
무뚝뚝하여자식에 대한 사랑을 보여 본적이 없었던 아버지는 이 늦동이 막내를 무릎에서 내려 놓지도 않으셨다고,
줄줄이 형제들이 와서 고하는 말들이, 그녀의 일탈 행동에 사랑의 결핍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학교가는 길이 너무 멀어, 도시 아이들이 부러웠으며, 늙은 부모가 챙피 했었답니다.
공부는 잘 못했어도, 학교 다니면서, 풍악놀이 패도 들었고, 백일장에서 상도 타봤답니다.
성격장애 진단을 저는 잘 안붙입니다. 왜그런지 두려움이나 우울이 더 많이 감지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 그 날카로운 분노도 어느정도 누그러져, 창가에 무심히 앉아 있는 그녀를 보다가, 문득 이전 면담의 한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소화가 안된다 약좀 달라고 , 징징 거리던 그날 아침입니다.
" 전에 그랬지, 어려서 어머니가 위가 튼튼해진다고, 아침마다 찬 물 한대접씩 떠다가 먹였다고..."
그녀가 빙그레 웃습니다.
시골 집, 그어머니는 맑은 샘물을, 아침마다, 떠서, 기도를 올리고 ,
자신이 죽어서도, 잘 살아가기를, 정안수를 드는 일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며, 자신의 피와 살을 받치고 싶은 간절함이었을 겁니다.
아마 그 어머니가 제 안에 잠깐 제 몸을 빌어 딸을 어루만지는 것이라고 ,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상상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언젠가 인셉션의 코브의 토템은 그의 아이들이라고 포스팅 한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웃으며 돌아보고 품에 안겼을 때, 그는 꿈이 아닌 현실로 돌아 오는 것이라고.
인터스텔라의 주제도 그렇다고 봅니다.
놀란은 우주라는 거대 담론 속에서, 돌고돌아 자식에 대한, 부모에 대한 사랑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영화의 컷 사이에 끼어들어 있는 이 사랑의 메세지에 끌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머니의 일주기가 다가옵니다...
어머니가 그리도 사랑 하셨음을 정말 까맣게 몰랐습니다...
숲에서 하는 놀이는 가끔 현실을 파괴 합니다.
잭과 콩나무 처럼, 보라색 우주까지, 나무는 하늘을 뚫고, 올라갑니다.
그 어느 행성에 닿는 엘리베이터 입니다.
과거의 어느 시간 , 또는 억겁의 먼 다른 곳으로 떠나신 어머니를 ,
어쩌면 느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겁니다.
눈을 감고 마음을 둥둥 떠 올려 보내어서...든지
"쿠퍼는 로봇인 케이스와 대화를 나눕니다. 70%이상이 인간의 뇌 구조와 유사한 심리적 프로그램이 장착되고
물리적으로도 튼튼한 로봇을 행성으로 보내면 될것을 왜 인간을 보내는 지 모르겠다는 쿠퍼의 질문에 로봇은
그러나 생존에 대한 프로그래밍은 인간이 훨씬 우수하다 왜냐면 인간은 마술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진화 되었다.
관계에 대한 생각.. 그느낌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논리적이라 하겠지만 로봇은 죽을 때
자신의 파워 사이클을 보겠지만 당신은 죽기직전에 아이들을 보게 될것이다.
그래서 기를 쓰고 살려 할것이고 그들에게 돌아가려는 일념으로 생존 하려 할것이다..."다 합니다. - 조나선 놀란의 시나리오에 있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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