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면 마음이 바빠집니다.
미루어 놓았던 일들을 처리 해야 하는데, 실은, 그리 몰아서 할일도, 급한 일도 아니면서,주섬주섬 할 일을 챙깁니다.
먼저 살던 동네에 가서 해야 할 일들. 이사 온지 일년이 넘었으니, 이제 동네의 가게들에 낯 익힐 법도 한데, 이런저런 저 번 동네에 갈 핑계를 만듭니다.
헤어 스타일에 별로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닌데도, 남자도 여자도 아닌 듯, 그런 차림에 간드러진 서비스가
머리를 자르는 것 보다 가위 손 질 하는 제스춰를 얼마나 멋져 보이는가에 신경을 쓰는 듯 한, 무슨 무슨 헤어 샵들은,
그 불필요한 잔 손질이 싫어, 10년이나, 단골이었던 그 동네 아줌마 원장집 미용실을 찾아갑니다.
새 동네도 어디든 찾아 보면 구두 수선 공이 있겠지만, 그 동네 수선집으로, 벼르고 벼르다 모아놓은 밑창 갈 구두들을 싸 들고 나섭니다.
그리고, 목욕탕 나들이. 평생 화장도 안하고 경대(화장대)도 없이 사셨던 어머니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저 역시 스파나 피부관리는 영 거리가 멉니다.
완고한 고집이라기 보다는 그런일에 무심했던 탓에 재미를 느꼈던 경험이 없는탓에 끌리지 않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제 유일한 사치(?) . 세신 도움을 받는데는 실은 비용이 아깝지 않습니다.
어쩐지, 먼 옛날, 겨울, 줄줄이 언니들과 동네 목욕탕에 몰려가, 어머니는 아이가 울건 말건, 엎어 놓고, 머리 감기고,
때 북북 밀어 주던, 그 손길을 그리워 하는 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많아서, 몸이 부딪히고, 김으로 숨이 막혀, 다끝날 때까지 버둥거리며, 마음놓고 울었는데,
아무도 조용히 시키라느니, 그만 울 라든지 지천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저 우는 것이 내 일인 양 목청것 울어 대고, 그게 끝나면 어머니 다 끝나실 때 까지, 물장난 치고 놀았습니다.
그 도우미 분들은 , 대화가 걸집니다. 나이가 좀 든 손님이면 엄마, 그 밑은 무조건, 언니, .. 아이 다루듯 툭툭 치면서,
이리저리 세심한 손 놀림이, 마치 깊은 애정이라도 받는 듯한 황홀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후에, 오랜만에 고향에 가야 했습니다. 그 전 날, 막내 숙부님의 부고를 들었습니다.
오래 병석에 계셨고, 찾아 뵙지도 못한 터라, 애통한 추모의 마음은 아니라 해도, 옛날, 사랑 해 주셨던 기억이 잔잔하게 되살아 납니다.
작은 집은 , 그 당시에 보기 드문, 전형적인 핵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루고 사셨습니다.
호남이신 숙부와 단정하고 예쁘셨던 숙모님과 사촌 남자아이들 둘, 어쩌다 들리면
티브이 수상기에서 로하이오나, 배트맨 흉내를 내면서 뛰어다니고, 정갈한 가구와 정돈이 잘 된 그 남향 집.
숙모님이 마루에서 과일을 깍아 주시는데, 제가 한 조각 마루에 떨어 뜨린것을 다시 주어 먹으려니 말리시면서
' 떨어진 것 은 먹는게 아니야" 하면서, 깍아놓은 껍질위에 던져 놓으십니다. 좀 더러운 것 개의치 않는 우리집과는 천양지차.
빈소에서, 오랜만에 뵙는 숙모님은 이제 백발에 어깨도 꾸부정 한 할머니가 되셨는데,
제 손을 잡고 마치 오랜 친구라도 만난 것 처럼, 반가워 하시며, 옛 이야기를 늘어 놓으셨습니다.
제가 그 언덕위 파란 대문 집을 좋아 했었다 하니까,
" 그때 애들 가정방문을 오신 선생님이, 집이 좋다면서 가실 생각을 안하셨다..' 고 흐믓하게 되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작은 집을 자주 방문 했던것이 방송국에 다니시던 숙부님이 극장표 (영화예매표)를 가질러 오라시던 심부름이었다는 것을
갑자기 기억 해 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랑, 그렇게 영화를 많이 보러 다녔던 것이 아. 그 덕분이었습니다.
바스키아 풍의 낙서 그림, 색연필 수채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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