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니나 보족 Nina Bozok

torana3 2013. 3. 12. 09:36

1.몇 주전 주말 아침 , 베자민 나무의 잎들이  죄다 누렇게 말라버린것을 발견했습니다.

아들의 방, 창 앞 베란다가 허전해 보여 창문을 열면 푸른 나무를 눈에 들어 오는 즐거움을 혹  느끼지 않을까,

내심 좋은 아이디어라고 옮겨 놓았는데, 베란다의 창문이 높고 좁은 편이라 응달이지고

그 추운 겨울, 정성이랍시고 물을 꼬박꼬박 주었던 것이 뿌리가 얼어 버렸나봅니다.

지난겨울에 커피나무도 소생 시켰던( 아니면 자생한 것일 지도 모르지만) 것에 희망을 갖고

 다시 양달쪽으로 화분을 옮기고 마른 나뭇잎을 다 떨구어주니 덩그러니 둥치만 남았습니다.

나무를 좀 아는 분이 보시더니 가망이 없다 십니다.

 

아이들이 학교도 들어가기전 어린시절에 구해서 4번이나 이사 하는동안 이니,근 20년이 된 고목입니다.

집에 들여놓은지 몇년 안되었을 때, 한번 죽을 뻔 한 기억이 이제사 납니다.

일기를 뒤져보니, 弔葉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만든게  96년 5월로 되어있습니다.

아마 그 당시에 있었던 어떤 어려운 일이 나무에 투사 되어 심하게 낙담한 모양입니다.

 

 

 

오늘도 하나를 잃어버렸다.

예기치 못한 궤도이탈. 공포예감

마른 나무 가지의 끝에서 겨우 되살아난 새순이

물처럼 부드러운 두 서너 잎이

이제는 조금씩 빛받아 힘 만들어

오래 병들어 쇠약한 나무 뿌리에

빛과 바람과 기운을 넣고

두터운 이파리로 무성한 희망과 미래를 만드는가 싶더니

또다시 무너져 내리고 만다.

죽음은 처음 부터 잉태되는것

삶과 나란히 존재하는것.

그리고 동시에 사라지는것.

 

살다가 그 끝에 죽음이 오는 것이 아니라, 삶속에 항상 죽음이라는 일면이 공존하는것이라는,

허망하고 분노하는 그런 심정이었나 봅니다. 물로 당시에 제가 가진 어려움이 무엇이었나 기억 조차 나지 않습니다

.  나의 벤자민 ...

 

2. 니나보족.Nina Bozok

러시아의 여류 화가입니다. 지금 서취해보니 구글에도 나오지 않는 작가군요.

남편이 만나는 분 중에 러시아의 문화교류에 관련 된 분이 있어, 가끔 작은 액자를 선물로 주십니다.

별로 꾸미는것을 좋아하지 않아 휑한 저의집 거실에 치우지 않고 놔두는 장식물입니다.

 

그녀의 작품전시가 얼마전에 있었다면서, 팜플랫을 가져왔습니다.

1959년 제 나이 동갑이고 2004년에  사망하였답니다.

 

"1986년 작가는 가족들과 함께 체르노빌 원전 비극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의사는 2년 이상을 살기 어렵다고 했으나 크림반도로 삶의 터전을 옮겨 그림을 그리면서 살수 있는 힘을 얻고

다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간단히 기술된 이십년의 삶입니다. 한시도 죽음을 의식 하지 않은 적이 없을 고통의 날들일 것 같습니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빛을 다 사용해 보고 싶었나 봅니다.

"환상적이고 강렬한 1000가지 이상의 색깔, 풍부한 색, 하나의 전체, 장엄하고 웅장한 색채의 끝없는 다양성, 밝은 어린시절, 아름다움에 대한 기쁨..."

팜플렛에 나오는 묘사들입니다.

 

 

 

 

3. 제가 대학에 들어 간 기념으로 아버지가 마당에 은행나무를 심으셨습니다.

이태 정도 후인가, 그 나무가 공연히 말라 죽었답니다.

아버지가 놀라셔서, 막내 나무로 지정한 것을 취소 하시고,..

 죽은 나무 둥치를  한 토막 잘라 잘 다듬어서, 책상에 두고 보셨답니다.

 

나무의 생명과는 상관 없이 그 후로도 저는 이렇게 오래 잘 살아 왔고,

그 상징적 나무토막도 없어지고, 아버지도  가버리셨습니다.

 

하루정도는  후회와 안스러움과 미련이 남아 있었지만,

비교적 담담하게 나무의 천수天壽 축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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