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서울의 명소 걷기 3탄입니다.
겨울, 일요일 한낮. 소요하기 좋은 날씨.
1.몇해전 남편이 TV에서, 수제화 만들기로 평생을 보낸 한 장인의 다큐 필름을 보고,
저에게 그 구두를 사주겠다고 약속 했습니다.
저는 굽이 높은 구두를 신어 본일이 없는데도,자세가 나빠서인지 발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웬만한 기성화가 맞지 않아 새 구두를 살 때마다 고심합니다.
수제화 거리.
끌, 정, 굵은 바늘과 실, 아교 녹이는 냄새 , 구두약으로 변색된 뭉퉁한 손, 톨스토이의 우화.
좁은 구두방, 작은 의자에 앉아 숨죽이고 그 공정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어린 소녀...제 어린시절의 한 장면입니다.
가게마다 문은 활 짝 열려있고 , 장인들은 가죽이며 굽이며, 일거리를 쌓아 놓고 구두 만들기에 열중하는 그런 광경을 상상 했는데,
그곳에는 샷시로 말끔 하게 단장한 쇼윈도에 완성된 구두만 진열 되어 있으며,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일요일이고 경기가 나쁘기는 하지만, 좀 삭막합니다.
우리가 찾던 명인은 다행히 계셨습니다.
평생 업으로 삼은 이 답게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일에 대한 자부심,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진지합니다.
우리는 오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받는 부부 처럼, 서로에게 더 필요 할 것이다고 사양하다가,
결국 두사람 신발을 다 주문 합니다. 남편 역시 칫수가 잘 안맞아 신발 사신기가 쉽지 않았던 터입니다.
2. 제가 주장해서 다음 행선지는 창고형 레스토랑입니다.
창고, 다락, 건초, 목재가 다 드러난, 갖가지 장비가 널려진, 다듬어 지지 않은 거친 테이블, 의자.
틈으로 새어들어오는 한줄기 빛속에서 춤추는 먼지...제가 아는 창고의 이미지입니다.
우리는 입장료에 포함한 커피만 한잔 마시고, 가격이 너무 센, 그다지 입맛에 안맞을 음식 주문은 포기하고,
화려하고 정돈된 인테리어와 설치된 작품 일별하고, 그곳을 떠납니다.
남편은 " 저기를 다녀 온 후에 아무것도 하고 싶을 의욕이 나지 않을것이다" 고 신랄한 비판을 합니다.
창고는 미완성의 장소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 아직 덜 완성된 곡물을 말리고, 저장하며,
도구를 꺼내어 일을 시작하고, 어린이에게는 상상의 놀이터이며, 비와 바람과 추위를 막아주는 또 다른 방입니다.
모든 것이 다 갖추어 있어 나는 그곳에 속해 있다는 것 만으로 안심하고 만족 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닙니다.
사용하지 않는 정신은 해롭습니다.
3. 두 완고한 고릿적 사람,아저씨, 아줌마의 휴일 산책은 그렇게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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