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비꽃 할머니는 부유한 재일 교포 세자매 중에 맞이로 자라 고집이 세고 주장이 강하며 도도하십니다.
한 때 일본어 교사를 하셨기 때문에 잘 못되었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야단을 치십니다.
노련한 간병인들은 적당히 달래거나 신경 쓰지 않지만 신참들은 삭이질 못해 하소연들 하십니다.
" 내가, 그 사람들을 절대 하대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너무 인정머리가 없어요"
위생, 청결, 태도에 대해 깐깐하게 조목조목 따지 십니다.
저야 이쪽저쪽 중재하느라, 모사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번에 아주 나긋해져서 말하십니다.
" 내가 사람을 하나 사야 될 것 같아요"
- 또 간병인 불평하시나 긴장 됩니다.
" 윤동주 시집을 갖고 싶어요, 그것 사다 달래야 될 것 같아요"
-제가 들어 줄지 빤히 아시고 하시는 수작이십니다.
실은 전부터 마음 먹은, 일본 잡지 하나 사다 드릴겸, 퇴근길에 큰 서점에 들러 봅니다.
어릴때 어머니가 보시던 주부의 벗이라는 유명하고 오래된 잡지를 생각하고 찾아 보는데수입이 안되는 지 없습니다.
아이들 보는 패션 잡지 속에 교토의 가을 풍광을 소개하는 쇼핑 책자 하나를 찾아 냈는데, 좋아하실 모습이 떠올라 들뜹니다.
2. 학술대회를 참석하려고 시내에 나갔는데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시간이 남아 근처의 대학 캠퍼스에 들렀습니다.
마당에서 중고 책, 난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책방은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제 읽을 거리에 대한 흥미가 많이 줄어, 이거저거 들춰만 보다가,
들장미 소녀 캔디 가 깨끗한 채로 한질(6권) 이 눈에 띱니다. 붙여진 가격에 다시 흥정하여 삽니다.
학회동안 연회장이 있는 호텔의 카운터에 짐을 맡기는 번거로움이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요양병원의 제일 어린 40세 형선씨가 드라마나 일본 만화 광입니다. 유리가면에 대해 줄줄 외고 있습니다.
선물 할 겁니다.
3. 올해 90이신 L씨는 어려서 단명 할 것이라는 스님의 예언을 듣고, 지성을 들인 어머니 덕택에 평생 병원을 가보신일이 없으셔서
자신의 모든 생활을 남에게 맡겨야 하는 노년을 받아 들이기 힘드셨습니다.
(하지의 운동실조로 걷기만 못하시고, 인지는 또렷하시니 가끔 어머니의 기도로 오래 산다고 한탄 하시기도 합니다.)
전신의 통증, 소화장애나 변비, 설사 등 장기능 이상 , 혈뇨등 잔 증상이 번갈아 나오는데,
회진 중에 그러십니다. " 내가 이렇게 아파 누워 있어보니, 의사를 보면 나아요"
" 에이 그럴리가요" " 아니야 분명히 그래요" - 보기만 해도 낫는다니, 실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신체화 장애 로 보기에는 검사상의 이상이 그때그때 분명히 있거든요.
인공지능진료나 원격진료에 한계가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분석치료에서 의사의 태도에 대해 가장 중요하고 엄격하게 강조하는 것이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Neutral)입니다.
의사와 환자가 사적인 관계로 만나면 안된다는 것이지요. 저는 한참 룰을 어기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경우 자아 비판이라도 해야 합니다. 무슨 의미인가, 역전이 인가 등등.
저는 그저 주책이고 감당 못할 나이든 아줌마 의사입니다.
선물을 하는 일은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그만큼 나에게 돌아오는 ' 무언가' 가 있습니다. 그냥 그렇게 하는 이유 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고향집에서 혼자 사시던 노년에 동네 꼬마들, 손주들에게 퍼 주는 일이 낙이 었습니다.
그 부모들이 ' 버릇 나빠진다'고 만류 하면,
" 에이, 몰라, 그거야 제 부모들이 알아서 할일이고.." 하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셨습니다.
아, 어머니를 닮아 가는 모양입니다. ...
네 아직은... ' 제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바라보는 자아 (observing ego)가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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