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빛과 바람

torana3 2016. 5. 9. 08:24

토요일. 화실가는 길에 공원을 들렀습니다.

도심의 작은 공원이지만 수풀이 꽤나 울창합니다.

아직 잎파리들이 하늘을 다 덮지 않았습니다.

햇 빛이 나뭇잎 사이를 뚫고 들어오다가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립니다.


1.  

숲 화실의 박샘 (박정래선생님-SF적 사고를 하시는 아티스트십니다),

  제가 공원에서 있었던 인상에 대해 말하니, 빛을 포기 하지 말라,

자유로운 드로잉이 곡선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연에서는 직선도 고유의 속성이다,  

 자로 대고 긋는 그림이 거북하다면, 테이프를 붙여서라도 과감하게 직선을 사용해 보라고 하십니다.

그렇지 않아도 남는 여백을 채우기가 힘들었는데, 가장자리를 가늘게 잘라내어 붙여 봅니다.


 저는  직선에 대해 익숙하지 못했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 인지 할 뿐이라.

빛, 바람, 전기력,  지상의 모든 물체에 미치는, 힘은 직선으로 움직입니다..  

또는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생명력, 절대자에 바치는 기도, 사랑이나 미움 분노 의 마음들이 모두 직선의 다이나믹일것입니다.



--제 그림에서  초록의 형상이 사람의 두부라면 빛이 나오는 곳은 아마  뇌의 변연계- limbic system쯤 될것 같습니다


2.  빨래 걸이에 풍경 두개를 매달아 놓았습니다.

아파트의 높은 층인데도  거의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모양만 중시해서 너무 무겁게 만들어 졌거나, 적당한 바람이 들지 않거나,

빨래를 너느라고 건드릴 때만 요란하게 소음을 냅니다. 그윽한 풍경소리를 기대 하는데...


정호승님의 시  입니다.


풍경달다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바람이 없으면 풍경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풍경소리가 들리는 그때에는 바람이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