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디쯤 왔는가

torana3 2015. 3. 24. 07:23

 

1. 직장을 그만 둔지가 두달이 다 되어 갑니다.

훨씬 젊었을 때도 갑자기 일을 쉬게 된적이 있었습니다.

그 휴가를 나를 위해 사용하였을까,

아직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일로 바빴고, 무언가 남는 시간을 의미있는 일로 보내야 한다는 조급함,

물론. 나의 혼란스러운 충동과 욕구에 따라 다녔으니, 누구를 위해서 보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휴지기를 보내고 다시 일을 시작했을 때도, '나'의 진정한 성숙은 없었다고... 봅니다.

 

2. 지금은 어떤가.

조금 어리둥절 하지만, 시야가 문득 밝아지자,

과거로 부터 이어져 그대로인 줄 알았던, 나는 그 과거와 어느듯 단절되어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마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어느순간 늙고 추악한 모습으로 순식간에 변해버리는 것 처럼,

더이상 젊지도, 관여 해야 할 일이 많지도, 다시 성취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지않은

갑자기 먼 훗날로 훌쩍 건너뛰어 버린 듯합니다.

마음이 아직 따라 오지도 않았는데.

 

3. 별로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돌아 올 때까지 그렇게 길었던 하루가

얼마나 짧은지 모릅니다. 아무일도 안하고도.

그런데 조금 쓸쓸하기도 합니다.

껍데기에  채워줄, 그 마음이 도착하기를,  기다립니다.  

 

4. 제일 관심있는 일은 음식 만들기 입니다.

본래 미각이 예민하지 않아 대충 아무거나 잘 먹기때문에 레서피의 용량을 제대로 보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보통사람들의 쉬운 레서피가 많아서 편합니다.

이름도 잘 외우기 힘든 소스들을 사서 한 두번 쓰고 유효기간을 넘기는 일은 없습니다.

삼시세끼의 차승원이 만든 홍합짬뽕이나, 식빵 만들기, 제육복음이 그런대로.. 잘 되었습니다.

 

5. 요리의 과정 중에 귀찮은 부분이 재료 다듬기 입니다.

그래서 은근 재료 손질에 시간이 많이가는 요리는 패스하고는 했습니다.

그런 시간 들에서,,  나를 잃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천천히 흙을 털고, 꼼꼼히 씻고, 남은 재료 들 중 어느 것이 어울릴가, 찾아보고, 상상하고,

그리고 가장 맛있을 시간에 완성이 되어 식탁에 내놓습니다.

소스가 별거 아니어도, 비싼 재료가 아니고, 특별한 요리가 아니어도 대개는 맛이 있다고 평해줍니다.

 

서서히 익어가  나이에 딱 맞는 내 마음은,

지금 어디 쯤 와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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