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인데도 왜 이리 춥기만 한지 모르겠습니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스카프를 꺼내어 목에 두르고 긴팔 쟈켓을 다시 꺼내 입습니다.
시국은 점입가경입니다.
애국이나, 경제 발전이니, 내세우던 구호가 빛이 바래자,
결국 안위만을 걱정하며, 자신들이 했던 행동을 취소하고 변명으로 일관합니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모면하려고만 합니다.
70년대, 시대상에 대한 비판 소설로 젊은 우리들이 열독하던 조세희의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두 굴뚝 청소를 한 두사람중 얼굴이 더 새까매진 사람보다 덜 한 사람이 상대의 모습을 보고
먼저 씻으러 간다는 유명한 우화가 끼어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너무나 부끄럽기만 합니다....
병원 초입, 식당에 매어놓은 강아지 옆에서 참새가 놀고 있습니다.
L씨는 조현증임에도 불구하고 과대망상에 기인한 당당함으로, 병동내에서 군림하는 듯, 지냅니다.
여자 직원은 다 자신의 몇 번째, 와이프입니다. ( 저는 어머니입니다-흑, 어떤 여자도 어머니 상으로 비추어 지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불합리 한 일들에 대해 속시원히 호통을 치고 다니고, 우리의 노고를 위로 하기도 합니다.
그러는 그가 이제 늙어 버렸습니다. 쇠약하여 몸도 가누지 못하는데, 넘어져 두피에 꽤 깊은 열상을 입었습니다.
응급실이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으나, 큰소리를 내며 거부하여, 하는 수 없이, 우선 지혈하고 봉합을 해야만 하는데
그것도 싫다합니다. 도무지 자신이 약하고 넘어져 다쳤다는 사실을 용납하기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간곡히 설득하자, 서서히 눈에 힘이 풀리며 순해집니다." 그러면 선생님이 해주실거에요?"
그럼요, 그럼요,.. 봉합하는동안, 아주 의연하게 통증을 잘 참아냅니다,
" 삼국지에 나오는 관운장 같아요, 팔을 수술하는 동안에 장기를 두었다지요.."
비현실적이고 그의 망상을 부추기는 일이 될 지언정, 자부심을 꺽고 싶지 않습니다.
" 아파, 아파, 가슴이 아파" H씨가 복도에 지나가면서 중얼 거리는 소리를 듣고 불러세웁니다
아파요, 어디가, 한번 봐요...
환의를 움켜쥐는 것을 억지로 열어보니, 유방에 꽤 자란 종양이 만져집니다.
자신은 하느님이 고쳐 줄것이다, 케네디 대통령이 다 나았다고 그랬다...
도무지 병원에 갈려하지 않습니다. 얼르고 달래고 종합병원에 시간 맞추고 준비시킨후에 억지로 보내, 검사결과 항암치료와 수술이 필요하답니다.
그녀의 고집이 너무나 완강하고, 주치의는 환자의 협조없이는 그 길고 부작용이 많은 치료를 시작하기가 어렵답니다.
애달은 가족들이 번갈아 달래고 설득해도 여전히 요지부동입니다.
그녀의 간간히 떠오르는 두려운 눈빛이, 아마 큰 병임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는 듯 합니다.
다시 설득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모든일들이 왜 그렇게 부끄럽기만 한지....
이렇게 구경만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새소리가 유난히 맑게 들리는 아침입니다.
이 작은 새에게서 피리 소리가 납니다. 몸통이 그대로 하나의 악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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