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머니의 장례를 치루는 동안 두째날인가, 문상객도 뜸해질 무렵의 한 밤에 잠깐 비가 내렸고,
나머지 시간들은 화창하다 못해, 장례일은 봄 날 같았습니다. 일요일 귀경길에는, 정체도 심하지 않아,
일이 다 끝나고도 별로 피곤 한 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는 이렇게 내내 큰 눈이 내리네요... 사진의 정중, 제일 높은 나무 가지 끝에 까치 한마리가 앉았습니다.
2. 어머니가 어린시절 한 때를 보내셨던 만주의 자무스에서.
한겨울에 중국인 집에 초대를 받아 가셨다가 돌아 오는 길에,
어머니의 아버지이신 외할아버지가 집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시더랍니다.
그저 따라 가는데, 돌아 보시면서, 술이 거나하신 채, 다정하게 물으시더랍니다.
어디로 가는지 안 묻느냐? 대답을 못하는데,
아무리 아버지가 간다 해도, 모르는 길로 가면, 왜 그러는 지 물어야 한다. 하셨답니다.
딸에게 살아가는 정도를 교육 시키기 위해 짐짓, 하신 행동이었답니다.
평생,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신적이 없으시며 단지 자식이 하는대로 기다리거나, 힘껏 도와 주려 애를 쓰셨을 뿐입니다.
그러는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무어든 유언을 남기실 리가 없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몫과 함께 준비해두신 수의를 보관하는 상자를 저희가 열어 볼 일은 없었습니다.
그 상자 안에서 어머니의 노트를 발견 했습니다. .. 그 의미는, 자식 누군가 보게 될 것을 기대 하셨던가,
교직에 계시면서 학교에서 준 수첩입니다.
70년대 초부터, 82년까지 기록 되어 있습니다.
정리된 일기가 아니고, 이것 저것 메모 하신 것인데, 학교일, 강의 준비, 연구 계획서, 이력서,에
자식들의 주소, 주민번호, 생일, 등등 간혹 감상도 적혀 있지만,, 누군가에게 꼭 보기를 원하는 내용은 찾기 어렵습니다.
어머니의 연구 실적을 적어 놓은 인사기록 카드입니다.논문집, 연극공연등. 제가 서울로 떠난 이후로 어머니가 연출하신 극을 보지 못했는데,
1969년 차범석 작 공상도시, 하유상 유원지, 임희재 고래, 번역극 비행선이 떠있는 도시, 몰리엘 수전노, 강용흘 궁정에서의 살인,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키 프외시 아버지의 연설, 오태석 교행,M.씽 계곡의 그늘, 탈극 박천지 놀음 그리고 1981년 안티고네. 옆의 메모는 안티고네 공연에 대한 메모입니다.
여자고등학교에서 햄릿을 공연 할 때부터, 어머니는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극들을 골랐을 것이므로, 제가 모르는 것들은 다시 찾아 읽어 보려고 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불교에 관한 노트들입니다. 빽빽하게 적은 내용을 다 알아 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마지막 장에. 어머니가 부르시던 , 우리 형제들도 불러보던 노래의 가사입니다. 그 원 출처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정자로 또박또박 써놓으셨습니다. 나직히 혼자 불러봅니다.
노트에 들어 있던 사진입니다.
왼쪽은 82년도, 포상으로 동남아 연수 여행을 다녀 오신던 길에. 동경 디즈니 랜드.
이때 귀국하시던 날, 전주에서 올라오신 아버지와 같이 김포공항에 마중을 나갔습니다.
입국하시면서 우리를 발견하고 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하셨습니다.
아버지와 같이 못간 것을 미안해 하시고, 꼭 같이 가자 셨는데, 기회를 놓치셨습니다.
그 후, 아버지 돌아가시고, 큰오빠의 초청으로 이모님 부부와 같이 미국 여행을 하신 사진입니다.
아 , 이승에서 어머니와 같이 지낸 시간 들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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