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사노라면

torana3 2014. 2. 13. 15:51

 

 계속 엽서 그림입니다.

 

A.씨는 인격의 변화가 심 합니다. 젊어서 발병하여 아들 둘을 낳은후에는 거의 어머니 역활을 못한채 병원에서 지냈습니다.

날씬한 체격에 큰 눈, 아마도 미인 이셨을 듯. 남편은 성실한, 공직자 였으며 , 온 갖 노력을 다하다가, 근래에는 - 퇴직 하셨는데-

한달에 한 번 꼭 휴일에  면회를 와서 혼자 중얼거리는 아픈 아내를 바라만 보다가, 돌아 가시는 일만 반복 하셨고,

푸념 하시는 것 조차 지쳐, 의사를 만나는 일도 원치 않으셨습니다.

두아들이 장성하여, 결혼도 하고 손자들도 보았다고, 가끔 간단히 전하시기는 하지만, 자식들이 엄마인 환자를 보러 오는 일은 없습니다.

 

제가 수련을 받던 80년대만 해도, - 지금도 크게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정신 질환은 일종의 천형으로, 

 어른들은 자신들이 그 굴레를 덮어 쓰는 한이 있어도 자식의 장래에 미칠 화가 두려워,

환자를 격리 시키는 결단을 내리는 일이 많았지만 그들의 슬픔, 체념, 두려움을 알기 때문에 섣부른 만류가 어려웠습니다.

어느날 A 의 남편이 돌아가셨다고,  준수한 외모의 아들이 찾아 왔습니다.

그 아들은 -,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 보지도 못한- 진지하게 어머니를 사회 생활에 적응 시킬 수 있는 방법을 묻습니다.

모시고 나가서  치과진료를 받게 하며  하루정도 같이 지내면서 조심스러운 가족과의 생활을 시도해 보기도 합니다.

 

그의 아버지가 그리도 피하게 하고 싶었던, 자식에게는 짐을 지우지 않겠다는 노력이,

잘자란 아들은 쿨하게도, 어머니의 병을 개의치 않습니다.

 

자폐적 망상안에서, 현실을 완전히 왜곡하고 살아가던 A 씨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기 시작 했습니다.

 

B.씨와의 만남은 거의 5-6년 째입니다. 너무도 멀쩡하게, 충분히 매력적이며 여성스럽습니다.

억지로 퇴원을 시키면 죽을 만큼 술을 먹어서 다시 입원하게 되는 일이 반복 됩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다가, 남편과의 불화로- 너무 오래전이라 그 미움도 잦아 졌는지 - 이혼 한 후로,

혼자서 평생 알코홀 중독자로 삽니다. 형제들이 주선하여 재혼이라도 시켜보려 하지만,

실패의 두려움이 그녀 마음을 움직이게 못합니다. 간혹, 절망과, 깊은 우울을 털어 놓기도 하는 그녀에게,

아들이 찾아 왔습니다. 며느리랑, 처음 보는 할머니의 무릎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7살 손녀의 재롱에,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행복하다고,  벅찬 기쁨을 누르지 못합니다.

아들이 같이 살재요? 같이 살자 하는데, 내가 싫어요, 그럴 수는 없지요, 혹시 가까이 산다면 모르지만..

처음으로 희망을 표현 하십니다.

 

저. 성인이 된 후로 많은 사람에게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생활을 해왔습니다.

적어도 저 자신의 일은 알아서 처리 할 정도는 됩니다.

그 밝고 화려한, 어린시절, 청춘, 그리 보냈지만 그러나... 

언젠가 부터는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적어지고 누군가에게든, 의지하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사노라면...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밝은 날도 올 것입니다.

혹은, 행복했던 추억을을 되집으면서, 막막하게 살아 야 할, 흐린 날 들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