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rana3 2013. 7. 19. 09:25

이른 아침, 오랜만에 개인 날, 눈부신 햇살에 유혹되어 산에 오릅니다만

길은 젖은 잡초가 무성히 덮여, 어쩌다 들르는 무심한 객을 밀어냅니다.

 

그래도 조금은 머물러 있어 봐야 합니다.

가만히, 조곤조곤, 산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기저기서, 수줍게, 또는 명랑하게,

폭풍우 치는 밤, 뿌리가 아리게 벗겨져 내려간 흙, 그리고, 붉은 빛을 만들려 오래 햇빛을 고대하는 열매와

습기를 털고 향기를 뿜어 벌들을 불러모으는, 꽃과...

 

사진기를  대니, 박스가 뜨면서 자동으로 포커스 합니다.

피사체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보고, 흡족하여 셔터에 터치합니다.

 

 분명하게 잘 알 수 있으므로 우리는 안심을 합니다. 대상을 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보아야만 잘 알 수 있을까요,

그것이 대상의 본질 일까요,                                             * 옥수수 수염, 가운데는 설익고 떨어진 은행, 토란 잎에 구르는 아침이슬.

 

 

비행을 기다리는 단풍나무 씨앗 들입니다. 어쩐지, 의기양양하고, 사기가 충천해 있습니다.

그 작은 씨앗에 생의 에너지(Libido) 가 충만해 있는 느낌입니다. 

 

 

대상은 그 혼자만으로 정체성을 규정 지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어우러져, 흐릿한 눈으로 보여지는 모두 중의 하나...

 

 

출근길에 픽업을 해주신, 이제 정년이 가까워 오는 동료분과 나누었던 대화.

-에어콘 틀가요?

- 아니요, 맑은 날씨라, 문열고 가는게 좋네요,

- 인생에 정답은 없지요

-( 뜬금없는?) 그런가요...

- 모두가 각자 살아가고 있는 방식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 네, 점점 도사 같으세요.

지난번 야유회 산행에서  중국무협영화에서 보이는 캐릭터, 기인, 도인 같은 풍모를 지니신 이 분이,

" 지금산입이라~" 는 사자성어를 뱉으셨는데, 알고 보니 길가의 팻말 입산금지를 거꾸로 읽은 것이라, 모두들 웃게 만든

그 일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