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나혼자 오롯이 쓸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되었을 때, 서점을 들르는 일은 중요한 제 도락의 순례입니다.
나이 탓인지, 아니면 세대의 트랜드를 적응 하지 못한 탓인지,
책을 고르는 일이 전 만큼 수월 하지 않으며, 망설이다가, 구입을 포기하는 횟수가 더 많습니다.
매장 입구의 만화 신간 코너, 그러나 제일 하단에 화려하지 않은 모노크롬의 표지가 오히려 눈에 띄어,
세스? 한 컷 만화 같은 데서 들어 본 이름인데, 오랜만에 건진 월척입니다.
자신의 모습을 진정으로 들여다 보고, 정신의 구석 구석 마치 외부의 풍경을 감상하듯이
독특한 자신의 언어로 표현 하는 일은 실은 누구에게나 공감, 감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미국의 문화가 그런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부터 읽히는 책이, 먼 옛날의 고전, 이미 다 이루어진 과학적 성과,
위인의 삶이 아니라, 일상, 내 주변, 나의 관심의 방향, 호기심, 의문 이런 것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소재들입니다.
그것은 이야기로 충분하며, 따라서 사회의 일원, 기계의 부속이 아닌 나 자신이 내인생에 가장 중요한 테마가 됩니다.
Seth. 캐나다인이며, 1962년 생이므로, 저와 거의 동시대. 만화를 그리는 일 외에 오래된 만화를 찾는
Quest Journey 가 그의 일입니다. 그는 일상의 모든 일들을 어려서 부터 보아 왔던 짧은 카툰들과 연관시키며
" 만화는 내인생의 큰 부분.. 어린시절 부터 만화 없이 내인생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라고 말합니다.
뉴요커에서 잠시 그림을 그리다가 그 후 이름이 사라져 버린 한 작가 Kalo에 대해 궁금해지고,하나하나 단서를 찾아 가는 이야기입니다.
큰 미스테리도 없으며, 대단한 일도 아닌, 그 사소하게 촉발된 그 느낌은 수년 동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잃어버린 시간 들을 찾아 다니며, 가족과 친구와 연인에 대해 감정이 이입되며 ..
평범하기 짝이 없는 고인이 된 만화가의 삶과 그 고향, 가족 들의 이야기들을, 그려 나갑니다.
인생의 목표와 성취라는 것은, 어느 시점에 다달아 얼마큼 이루어 놓은 것이 아니라.
매일, 매시간, 이루어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과, 순간의 감각, 감정들 이 멋진 아포리즘을 만들어 내고, 제목 처럼, 누구의 삶이라도,
약해지지만 않는 다면, 괜찮은 인생이야!- It's a good life, if you don't weaken 라며 안도 하게 됩니다.
게다가 이런 말들, 어떠한 철학적 명제, 종교적 경구 보다도, 더 절실한 깨침을 갖게 합니다.
" 말하는 것의 반대는 듣는 것이 아니다. 기다리는 것이다"
" 만족이란 없다. 지속되는 행복이란 없다"
" 사랑이란 연민과 욕망의 반복일 뿐"
"인간은 두종류, 착한 만신창이와 못된 만신창이.. 누구나 자신만의 상처를 지고 살아간다"
" 자네도 내 나이쯤 되면 세상 모든게 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거야, 인생은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의 연속이 아니야
이 방향으로 간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 방향으로 간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끌려 다니는 거지"
젊어 한때 유명 잡지인 뉴욕커에 반짝 작품을 실을 수 있었지만, 편집자들이 바뀌고 더이상 주목을 받지 못하여
꿈을 접고 고향에 돌아와 부동산업자로 살아 가면서 딸을 얻고 아내를 잃고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한 한 만화가의
인생을, 몇 개 안남은 그의 작품,과 주변 사람들의 말로 밖에는 기억 되지 않는 한 인간의 이야기는
한마디, 작가로 살았던 때가 그립지 않느냐는 질문에 " 조금 비참한게 영혼에는 좋아요"
그러나 미소를 띄며 행복하게 말없이 수긍하며 살았다는 그의 어머니의 증언으로 맺습니다.
Seth 가 그린 Kalo
-- Google Image
저에게도 만화는 인생의 '상당 부분을' 차지 합니다. 이렇게 끄적 거리는 일이,얼마나 많은 시간들, 혼자 있을 때 무료함과 불안을 달래 주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