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두더지

torana3 2012. 6. 28. 12:52

 가물어 농작물이 타들어 가고 강 바닥이 말라가, 산아래는 걱정들이 많은데,

산에는 초록이 지천이고, 나무마다 푸른 물기를 머금어 싱싱합니다.

아침 산책에 발목에  이슬이 채이고, 인기척에 풀벌레나 산새들이 화들짝 달아납니다.

작은 야산이지만, 가끔, 노루 비슷한 짐승도 보이고, 산뱀, 꿩, 토끼도 나타납니다.

 

오늘은 마른잎, 가지들이 쌓여있는 산 길 구석에서 땅이 들썩거리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조금, 깜짝 놀랐습니다만, 가만 지켜보니, 검은 털뭉치가 쑥 올라섭니다.

조그만 두더지 새끼입니다. 땅꿀 파는 학습 중이었나봅니다.

셔터 누르는 소리 듣고 잽싸게 숨어버립니다.

아직 저정도 크기의 새끼라면, 세상에 나와 다른 산짐승이나, 인간에게, 고통을 당한 경험도 없을 것인데,

작은 인기척에도 소스라쳐, 본능적으로  어둔 땅밑으로 파고 들어 갑니다.

 

그러고 보니 모든 살아 있는 동물은, 노출을 꺼리는 것 같습니다.

보호색으로, 바위 밑, 밤, 굴속 구석, 공격자로부터 존재를 숨깁니다.

공격자 일지라도, 먹이감을 포획하기 위해 숨어 지켜보고,,

인간도 실은 노출을 두려워 하는 것이 본성일 듯 합니다.

마치 자신의 존재를 드러 내는 것을 열망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고, 잘 해내는 소수의 인간 군도 있겠지만,

그들도 실은, 강한, 두려움과, 꺼림을 억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제가 어린시절, 부모의 훈육을 거의 받지 못한채 자란 탓에,- 자유방임, 내지는 그냥 놓아 키우는-  눈치가 없어서,

천방지축 까불고 다녔는데, 어느 날인가, 친척 아주머니 한분이, " 저아이는 변죽이 참 좋구나" 하는 말을

언듯 들었을 때 그 어투가, 칭찬 보다는 좀 흉 처럼 느껴졌고, 이 후 몇차례의 그런 경험 후에 사춘기에 다달았을 때는

심하게 위축이 되어 버렸습니다. 청년 이후에는 공개적 장소에서, 불안 낯가림이 심하여, 개인적으로는 손해도 많이 보았는데,

실은 제 본성이 그러 하다는 생각이 더 많고, 나이 들어서야, 자연스러운 사회성으로 고민거리라고 할 수 없지만,

 

공황장애, 광장 공포 와 같은 증상은,

노출되어 공격당할 실제 상황이 아닌데도 신체적, 정신적 방어기제에 알람이 울리는 지나친 센서가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공개되어  잘나지 않으면 도태 될 것이라는 사회적인 강압. 그리고 마치 그런일을 쉽게 잘 하는 것 처럼 과시되는 현상,

지나친 비교로 자기비하, 자괴감들 때문에  생기는 문제일 거라고,,, 저 부끄러워 하는 두더지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위 잘 나가는, 연예인들이 실은 자신들도 심하게 두렵다 고 말하는 커밍아웃이 반갑고도,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네, 누구 앞에 나서는 것이  그렇게 즐거운 일이 아닌 것, 꼭 그래야만 살 수 있는 것 아닙니다.

 

안 그래도 정상입니다

.여기서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왼쪽 구석에 까만점 같은 모습이 드러남

 

 

 

 나왔습니다!셔터 누르니 잽싸게숨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