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色
그 수사가 아름다워 자꾸 음미하게 되는 기도문들이 있습니다.
절을 시작하기전에 하는 보례진언
-我今一身中 卽現無盡身 遍在三寶前 一一無數禮- 을 좋아 합니다.
내 한몸을 여럿으로 나누어서 한꺼번에 수많은 부처님 전에 절을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아기가 태어나 터트리는 첫 웃음이 낱낱이 쪼개져 사방으로 폴짝폴짝 뛰어 흩어지면
그것이 바로 요정이라는 제임스 베리의 피터팬의 한 귀절이 연상됩니다.
70년대에 이기영 박사가 쓰신 '사색인의 염주'도 오래 간직하고 있는 책 중의 하나입니다.
첫 챕터에 그가 공부하다가 따로 모아놓은 경전의 귀절들을 백개 추려놓고, 거기에 자신의 사색, 견해로 주를 달아 놓았습니다.
초기 경전의 내용은 ,그 상징적 의미를 끊임없이 묻고 생각해 보아야만 알 수 있으며,
아, 그러니 한번 해보세요, 라고 권하고는 더 이상 설명을 닫아 버리는 것도 있고,
글귀가 현대적이어서 바로 알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 헛된 것은 일체생사요 헛되지 않은 것은 대열반이다 - 라는 원효의 기신론소 에 대한
" 열반은 사고가 없는 大乘 그 자체의 움직임이다...그것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손 발입, 눈을 다 움직이는 것이다".. 라는 그의 해석이 마음에 와 닿고
- 만약 자신이 결박된 상태에 있으면 남이 결박한 것을 풀어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라는 화엄경의 문장과
-자기가 의지 할 곳은 자기 뿐이다 따로 어디에 의지 한다는 말인가
자기가 잘 調御 되었을 때 사람은 얻기 힘든 의지처를 얻는다-는 법구경의
말은 비교적 이해가 쉽고, 명심하고 싶은 구절들입니다.
먼지가 켜켜이 쌓여 뭉칠 정도이며 낱장의 가장자리가 누렇게 변색 되고 바스러 질 것 같은 옛날 책을
다시 꺼내보게 된 계기는
얼마전 신문기사에, 칠십이 되어 시작해서 구순에 까지 그림을 그리는 그의 누이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왜 수채화를 그리느냐는 질문에 " 물 色이 좋아서"라고 답하십니다.
그렇게 맑은 물색을 만들어 내려면, 맑은물로 수없이 갈고 붓도 한 획후에 다시 빠는
한땀한땀 수를 놓는 것과 같은 정성이 있었을 것입니다.
좋은 공부와 정진 일 것이라 생각하고, 흉내내 보았습니다.
2011년 9월 수채물감, 종이에. 꽈리는 제 친구가 따서 선물해 주었습니다.
제가 옷을 너무 칙칙하게 입는다고 밝은 파장의 색이 필요하답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