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하이! 슬픔

torana3 2020. 6. 1. 09:34

1.머릿속에 생각들이 가득차 있습니다. 주로 일상에서 해야 된다고 마음 먹은 일들인데, 메모 하지 않고도,

( 좀 과장하면) 십수건을 한꺼번에  계획하고 대부분을 실행합니다. 

그일을 그시간 내에 다해 내려면 치밀한 순서를 정해야 하며 가장 적합한 동선을 그리느라고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을 촘촘히 묶어 가며 아무튼 다해 냅니다.

주말 동안에 그런 정신행동은 정점에 달하는데, 어찌보면 신기한 일입니다.

바둑 기사들이 몇가지 수를 한꺼번에 내다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의 일종의 훈련으로 가능한일입니다만,

 

실은, 그 대부분 하지 않아도 무방한, 또는 그런다고 해서 아주 중요한 일을 놓치지 않느냐,

그러지 않을 겁니다. 이 일종의 holic 상태는 당연히 심신 모두 지치게 하는 굉장한 에너지의 손실입니다.

아주 나이 들어 생각만 남고 실행 할 운동기능이 저하 되면 나나 동시에 돌보는 이와 갈등이 심할겁니다.

 

2. 남편이나 나나 옛날 식으로 말하면 은퇴 할 나이가 지났습니다.

요새 세상이야 나이들어도 일하는게 당연하다, 평균 수명이 들어 장년층의 구간이 길어 졌다 하지만

기억력이 떨어지고 아마 고집이 늘고 판단의 장애가 , 줄줄 새어 나갈겁니다.

그래서 자주, 일을 정리 하는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실은 둘다 병원에서 환자 보는 일 말고 잘 할 줄 아는게 없습니다.

주말동안 DIY 에어컨을 설치 하느라고 , 실갱이 하다가, 다 던져 버리고 설치 기사를 부르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저녁 산책 늘 하는 이야기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산촌에 자리 잡고,

혹 기회가 되면 의사 구하기 힘든 작은 병원에 일을 하게 되면 하고,

두서 없는 이야기들, 드라마를 봐도 주인공들의 러브신이 와닿지 않아 채널을 돌리는 그런 정서의 변화

남편은 제자가 주었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집 에서 본 몇 구절을 외어 들려 줍니다.

젊어서는 절대 알 수 없었던 그리움, 너, 흔들림, 기도...그런 단어들.

 

3. 자다가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 깨었는데, 가슴에 잔잔 하게 물이 밀려들듯, 슬픔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왠지 안심이 됩니다.

예민하고 성마르며, 분을 못 참고, 갑자기 성내게 되고 싫은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그 모든 일이 나이들어 인내심이 적어 졌는데도 어른 노릇해야 하느라  마음이 급합니다.

아,  화를 다스리는데, 슬픔이야말로, 해결책입니다.

사강의 소설 처럼, 슬픔은 이제 안녕 하고 보낼 것이 아니라,

나를 구원 하러 온 선물입니다.

어떻게든 슬픔을 오래 머금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이! 어서와 슬픔....

 

소녀적이면서도 섹시한 세련된 금발, 해변가 권태로움, 슬픔 까지도 대단히 장식적인, 사강류의 여주인공이

우리 소녀시대의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다, 아름 다운 추억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