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남아 있는 날들의 시작

torana3 2020. 5. 4. 10:55

박완서님의 소설 제목 살아있는 날의 시작과 영화 남아 있는 나날 , 두 제목에서  차용 합성했습니다.

한계가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에 주어진 축복 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종교에서 인간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도 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최근 몇 개월 간 스트레스 로 인해 기진 맥진, 이번에는 신체화 장애가 두통으로 발현 되어서,

매일 머리가 깨지는 것 처럼 아파, 뇌 영상 촬영을 해야 하나 까지 했었습니다.


책임감은 한없이 교육 받았지만, 실제 트레이닝 이 될만한 기회가 성장 과정 중에 없었습니다.

어른 들 틈에 자라, 내가 관여 해야 할, 나의 판단으로 풀어야할 관계에서 비켜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나이에도 모두의 의견을 듣고 누군가의 손을 들어 주어야 할 결정을 내리는 일이 어려워

 미적 거리거나 모호한 암시로 넘어가 혼란을 가중 시키는 상황을 만듭니다.

이번 경우에는 , 옳은 일이 무언가가 너무도 분명해서 , 강한 오더를 내려야 할 입장이어서, 그리 해놓고는

회의와 취소와 부정의 방어로 일을 질질 끌고 퇴근 해서도  , 수면도 방해 될 정도로 쉴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오랜 습관으로 수 많은 경우의 수를 정리하고 오만가지 불필요한 태스킹을 하느라고 뇌는 복잡하기 그지 없습니다.

마음과 생각이 운동력보다 더 늦게 쇠퇴 된다면, 누군가에게 케어 받아 야 할 때 가 되면

참 많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할 것 같습니다.

빨리 무력하게 가만히 쉬는 것이 습관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맞은 연휴 입니다.


1.인셉션을 극장에서 재개봉 합니다. 스크립트까지 다운 받아, 본 것으로 열번도 넘습니다.

디테일은 넘기면서 그냥 가볍게 봅니다.

- 시작을 모르는 꿈의 작업

- 인셉션. 평강공주는 울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 보낸다 라는 말이 인셉션 되어 결국 집 떠나 거지 온달에게 가버립니다.

모든 일은 인과로 인합니다. 떠나가는 딸을 붙들려고 해봐야 때는 늦었습니다. 자신의 구업으로 일어난 일입니다.


2. 그 날이 석가 탄신일이라, 행사는 없다지만  절에 들렀습니다.

부모님 시부모님 해마다 영가 연등 올립니다. 그리운 분들, 한치 의심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신....


3.일요일 아침 일찍 주중 숙소로 돌아 왔습니다., 오후 늦게 집근처 작은 산으로 산책에 나섭니다. 덥습니다.

이곳으로 온 후 가장 멀리 까지 조금 가파른 산마루 를 넘어 봅니다.

남편은 뒤에서 굽은 어깨를 펴라고 쉼없이 잔소리하고,

산행에서 항상  느린 나를 이끌던 남편은  벤치가 나올 때마다 쉬어 가자고 해서 저는 또 안쓰럽습니다.

이곳 토속 요리인듯, 야채와 우거지 마른 새우가 잔뜩 들어간 옹기 그릇 수제비를 저녁으로 먹고, 돌아 왔습니다.

펑 뚫린 공간에 파란 하늘이 펼쳐진 거실에 자리를 펴고 , 잠을 청합니다.


오늘 아침, 일기에 남아 있는 날 중에 첫날이라고 적고,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나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으면 견딜만 하다고,

다시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느낌을 즐겨 보려고 다짐합니다.



                      줄서서 열재고 주소 적고 빨간 스티커로  검역 표시 하고 일주문 지납니다. 모두들 일상이 되어 버린듯 순조롭게 진행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