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벽화 유감

torana3 2019. 8. 14. 09:07

출근길에 아주 오래된 마을 들을 지나칩니다.

동구밖에는 동네를 지키고 숭앙받는 엄청나게 큰 늙은  느티나무가 버티고 잇습니다.

앞쪽으로는 , 막 이삭이 패이기 시작하는 너른 들이 펼쳐지고

동네에는 갖가지 작물이 왕성하게 자라는 진초록의 밭, 막 익어가는 선명한 붉은 열매들.


외지인들이 지어놓은 세련된 현대식  전원 주택들도 군데군데 자리 잡고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것은 새마을 운동시절의  무질서한  페인트 색의 슬레트 지붕들이나,

그리고  버스가 서는 장류장의 작은 가게들에, 그리고 초등학교의 담벼락에 그려놓은 소위 벽화 들입니다.


시골 사람들에게는 지저분한 벽에 꽃단장, ,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에 나올만한 동화 그림들이

마치 예쁜 포장지로 싼 선물 처럼 기뻤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 그림들을 주민들은  나의 것으로  두고두고 자랑스웠을 까?


멀리 산 밑의 주택들은 그런 치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 듯 합니다.

오래된 흙벽돌 집,

언젠가 회벽을 칠 했을 테지만 , 얼룩이지고 녹이 슬어 낡아 보입니다.

그 자연스러움에 눈 길이 더 미칩니다.


벽화는 더러움을 감추고 인간을 천진난만한 우화로 교화 시키는 데 목적으로,

교조적인 매너리즘으로 조성된다면  그것을 향유해야할 인간과는 아무 연관이 없어지고야 말 것입니다


그냥 흰벽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친절하다면, 자연색에 가까운, 아무런 시사점이 없는 배경의 색으로 충분합니다.

거기에, 사람들의 자율성을 제공하여, 낙서를 하도록, 아니면 자기의 이야기를 서툰 솜씨로 그려 넣게 한다면,

원시인들이 동굴 벽에 자기들 사냥 이야기 농사 이야기를 그려 넣는 것 처럼 ...

영구히 보존 하지 않아도 좋다는, 훼손 되는 것이 당연하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언제든지 그려 넣을 수 있다면 ,


인간에게 매우 유용할 수 있습니다.



                          숲 주인이 제공한 대형 스크린에 아이들이 마음껏  낙서한 그림입니다. 인생이란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느낌을 알게 되었을 겁니다.



                                                                          건물의 외벽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시간의 흔적입니다.


                                                                     비 온뒤 맑고 잔잔한 수로에 비추어진 자연의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