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키우기
벤자민 화분 에서 언제 부터인지 괭이밥이 자랍니다.
보충하느라 덮어준 흙에 숨어 있던 씨가 틔었나 본데, 점점 번지면서 화분을 다 덮어 버립니다.
제가 한번씩 걷어 내려고 하면 남편은 산소 공급원이라고 놔두랍니다.
실내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은 남편은 절대 불가 입니다.
자연에서 흙밟고 사계절을 직접 느끼면서 살고 싶다는 소망은 지금도 여전하나,
둘다 생각이 너무 많아 파격적인 결정은 미루는 성향이라,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 화분 몇개를 놓고 보살피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실내정원이나 맘먹고 하는 재배 같은 일은 벌이지 않습니다.
저는 자연스러운 것이 좋습니다. 나의 식물들은 어쩌다 얻은것이 대부분이고 아주 못난이 들입니다.
열흘 전 쯤 겨울 되면서 베란다에서 실내로 옮겨 놓아 건조 해서인지, 자꾸 마르고 시들한 괭이 밥 무더기 안에서,
창백한 연록의 하트모양의 잎사귀 두어개가 가는 줄기에 매달려 엎드려 있는 것을 발견 했습니다.
콩과의 덩굴 식물인 듯 한데 어설 프게 줄을 매어주니, 몇 칠새 한 십센티는 감아 올라갑니다.
오늘 아침 노란 꽃 두개가 살며시 피어났습니다.
신기하고 대견합니다.
새벽 출근 전에 창문 열어 바람 쏘여 주고 물 뿌려주고, 풀의 언어로 인사 나눕니다.
안녕, 더웠지, 이쁘구나, 다녀올게...등등
무소유라... 무소유라...
젊은 시절 같으면, 기를 쓰고 나를 알릴 터입니다.
내가 여기 있다.. 잘자라야한다. 내가 보살필게... 확인하고 고민하고 조바심 칠 듯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때보다도, 시간이 많이 안남았는데도... 느긋합니다.
너의 시간과 나의시간을 맞출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순간 같이 있는 것이,, 행복합니다.
풀은, 나무는, 그리고 모든 다른 생명들이 나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11년 에 강릉의 커피 전문점에서 사온 작은 나무가 이렇게 자랐습니다. 한동안 거의 죽을 뻔해서 마음 졸였는데,
이제 나뭇잎이 무성합니다. 회초리처럼 빼빼 마른것이 제가 초반에 잘못 키워서 그럽니다. .. 조금 더 통통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반짝 거리는 튼튼한 나뭇잎들이, 명랑하게 흔들거립니다. 열매를 맺는 거야, 나중일이고,
그냥도 좋습니다. 이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