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하나 - 활착活捉
인생 이라는 공리와 장이모 감독의 영화 원작은 위화의 소설로 제목이 활착活捉입니다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것. 이라는 뜻입니다.
주말에 큰 시누님을 뵈러 갔습니다.
80연세에 집 텃밭에 손수 지은 배추와 양념으로 수 백포기 김장을 해서 아는 사람 모두에 보내 주십니다.
이미 할머니 할아버지 나이에 든, 동생들은 , 때로 염치 없는 요구도 더러 하는데도,
할 수 있는 한 ( 제 보기에는 불가능 한 일 같은데도) 다 들어 주십니다.
7남매 맏이로, 한창 논밭을 늘려 가느라고 일이 많았던 젊은 부모를 대신 해서
집안일 도맡고 어린 동생들을 다 키우다가 막내가 학교 들어 갈 무렵,
다른것 안보고,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것 하나 때문에 결정한 아버지의 뜻을 그저 순종해서
, 산너머 가난한 장남에게 시집을 보냈는데, 변변한 직업도 없고, 농사일도 못하고 무능한 남편'
시동생들, 자식들 까지 다 거두며 가장과 주부 일을 참 억척스럽게도 해 내셨습니다.
누구나 그러는 것 처럼, 슬퍼 일어날 힘도 없을, 불행한 일들도 많이 겪으셨지만
단 한번도, 울상이거나 신세 한탄을 들어 본 일이 없습니다.
남의말 은 절대 입에 도 담지 않으며 긍정하고 이해 하거나, 또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온갖 경험적 기술을 구사 하며, 그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을 마치 초인인 듯, 경외스럽기만 합니다.
평생 술 드시고 깨끗하게 차려 낸 세끼 밥상과 입성으로 보살핌만 받다가, 갑자기 돌아가신 남편의 장례식에서도,
흔한 남 보라는 눈물 하나 없이, 거뜬히 다음 날을 맞으시고, 똑 같은 일상을 유지하셨습니다.
방이며 천여평 되는 넓은 울안 밭도 쓰레기 하나 돌아 다니는 것 찾기 어렵게 정갈합니다.
화장실이나 싱크도 항상 반짝거립니다. 아무리 애써도 얼룩을 남기는 나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마술입니다.
왜 이렇게 어지러운 지 모르겠다.. 허리가 아프다..
의사 동생 들 듣기에는 나이들어 그저 쉬는 수 밖에 없는 증상이라 해도 그런 구실은 당치도 않으십니다.
창고 열쇠를 안에 두고 문을 잠궜다며, 의자와 벽돌을 놓고 좁은 창문으로 손을 넣어 문을 여시는데,
열쇠장이 부르자고 조바심 내는 동생 올케를 무색하게 하십니다.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티브이 켜 놓고 볼 시간이 없습니다. 잠 안오면,
콩 고르고, 시금치 다듬어 둔다십니다.
그이에게는 죽음의 어떤 은유도 들러 붙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 마지막, 끝까지 그이는 살기만 하다 가실 듯 합니다.
깊이 , 깊이 내린 뿌리 처럼.
소출이 없는 것을 밭에 절대 못 심게 하시던 엄한 시아버지 돌아 가신 뒤로, 시어머니와 시누님은 예쁜 꽃밭 만들기를 즐기셨습니다.
그녀들의 예술적 놀이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