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의 문턱에서
torana3
2018. 9. 7. 08:41
그렇게 난장판을 만들고 , 여름은 갑자기 사라져버렸습니다.
계절의 어떤 형용사하고도 어울리지 않는, 기괴하고 낯선, 열과 습기로 정신이나 육체를 마비시키고.
그러나, 모습이 어떠하든, 여름은 순리에 따라 머물다가,꼬리를 끌고 모퉁이 너머로 자취를 감춰 버렸습니다.
릴케의 위대한 여름에 진저리를 칩니다.
비온뒤 살짝 분홍 빛이 도는 부드러운 구름이 드문드문 떠있는 하늘은 맑고 푸릅니다.
그것이 반가운듯, 유난히 SNS에 하늘사진이 많이 올라옵니다.
가을은 가을이지만, 이전의 그 계절은 아닙니다.
잔디에 누워, 햇빛 가리기 얇은 책 펼쳐 얼굴 덥고, 살풋 가물가물한 졸음에 들거나,
푸른 빛이 벗겨져가는 가로수 나뭇잎,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꽃길을 한없이 걷던,
그 계절은 ...
오염에 찌든 정신, 쿨링 시스템의 쾌적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의 피부,
하늘을 보기 보다는 셀룰러폰의 액정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컴퓨터의 숫자 맞추기로 환자를 진료 하며, 무뎌진 감정, 무심함, 식어버린 정열
느끼지도 돌아보지도, 순간에 머무르지도 못하는 나에게,
가을은 말을 건낼까,
여름이 던진 상처를 보상해주지도 못한 채, 머뭇거리다가... 가버리는 것은 아닌가..
갤러리에 모아 놓은 가을 사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