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탁의 추억
제 사춘기의 감수성은 시대적으로 또래들 보다 조금 앞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는 매스미디어가 지금처럼 보편화 되지 않아서, 형제 많은 집 다른 아이들이 그랬던 것 처럼,
언니, 오빠들의 은밀한 일탈, 도락들을 흉내내는 것이었을지도.
'사랑' 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기도 쑥스러운,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세계명작을 다이제스트하여 만화로 만든 책을 오래 가지고 있었는데,
테스가 알렉에게 강간 당하는 장면을 물고기 두마리가 키스 하는 그림으로 대신한 컷이 생각 나는데, 실은 그것도 부끄러웠답니다^^
만화는 순전히 어린이용이었습니다.
역경을 이겨내는 , 선이 악당을 물리치는, 효도, 우애, 우정, 교훈적.또는 역사나 명작고전을 극화한..
그리고 서양의 왕자나 공주가 나오는 순정만화.
김종래, 박기당, 이향원 , 임창,김민, 추동성(고우영 입니다) , 그리고 엄희자, 강철수 등이
제가 골라보던 만화가 들입니다.
그 이후 세대로 등장하는 이상무의 독고탁이 틴에이저 시절의 일순위로 선호하던 작가였는데,
독고탁은 그 시절 청춘의 아이콘 이였습니다.
불운한 출생배경, 사랑의 결핍이나, 상실, 억눌린 분노, 반항, 천사같은소녀의 보살핌, 딱 제임스 딘의 이미지 입니다.
여자 아이들은 희생과 모성애 같은 것을 이성간 사랑의 방식과 혼동하고
철없고 무뚝뚝하며 거친 남자아이들을 우회적으로 애정을 표현 하는 중이라 착각 했으며
남자애들은 한없이 포용하는 여성상에 대한 환타지를 조장하는 수많은 연애 공식들이 쏟아졌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웬디들은 힘있는( 악인이라해도)후크들에게 당당한 구애를 하고 팅커벨들이 빈약한 피터팬들에게 nagging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몇칠전 이상무 화백의 부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그분의 이야기가 인터넷에 회자 되는 것을 보니
그의 만화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많았나봅니다. 제가 감명 깊게 읽었던 만화 들을 찾아 보려니,
그렇게 멋져 보이던 독고탁 그림이 조금 유치합니다.... 제 기억 속에만 들춰보는게 나을 듯합니다.
한국인이나 비둘기들의 합창은 여러번 반복해 읽었고, 내용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감명깊었던 명작, 제목이 영 가물거립니다.
그리고 녹색의 계절인가, 파도여... 인가.. 잘 모르겠습니다. 제 사춘기 소녀적에 가슴 아리게 했던 추억의 이야기들입니다.
숲의 아이들입니다. 성의 역활에 대한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그저 자기다움 만이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