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감나무의 추억

torana3 2015. 12. 14. 10:53

올해도 어김없이 시골에 사시는 큰 시누님이 김장 김치를 택배로 보내 주셨습니다.

여든이 다되신 나이인데  여전히 집안의 맏어른으로 어머님의 대신이십니다.

사리밝으시고, 힘든 내색, 남 말하기는 단 한번도 들어 본일이 없습니다.

평생 고단한 농사일을 손에 놓치 않으셨으며 지금도  사계절 내내  자손과 형제들 먹거리를 준비하시는게 여전하십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멋진 여장부, 또는 인간형이십니다.

 

올해는 또 감, 고구마, 집 마당 한구석에 재미 삼아 키우셔서 수확 하셨을 주먹만한 사과, 밤톨보다 조금 큰 키위도 들어 있습니다.

아무리 아파트가 좁아 보관 할 장소 없다 사양해도, 그 분의 베품은 그저 받아 들여야 하는 지상명령입니다.

냉장고에 넣고도 남아 베란다에 놔두었더니, 단감 몇개가  홍시 처럼 물러 버렸습니다.

 

어제, 골라서 좀 단단한 것은 냉장고에 넣고 버리기 아까워 골라낸 감을 칼로 대충 잘라 입에 넣는데,,,

무언가, 그리운 맛 이 입안을 맴돌며...

 

" ... 형용키 어려운 감미로운 쾌감이, 외따로 , 어디서인지 모르게 솟아나 나를 휩쓸었다.

그 쾌감은 사랑의 작용과 같은 투로 귀중한 정수로 나를 채우고

그 즉시 나로 하여금 삶의 무상을 아랑곳 하지 않게 하고, 삶의 재앙을 무해한 것으로 여기게 하고, 삶의 짧음을 착각으로 느끼게 했다.."

 

마르셀 푸루스트의 유명한 문장이며 방대한 양의 의식의 흐름을 촉발시킨 대목입니다.

 

고향의 집은 마당이 넓었습니다. 거기에 화초와 나무가 수도 없이 바뀌어 심어졌지만, 두그루의 감나무는

저의 기억이 닿는 맨 첫부분 부터 그자리에 있었습니다.

하나는 단감나무이며 해를 좀 걸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많이 열리는 해는 남도 나눠 줄 정도로 당도가 높았으나

우물가에 있는 더 나이든 감나무는 땡감에 몇개 열리지도 않아 제대로 수확을 해 본일이 없이, 잊혀진채 가을 보내고 겨울을 났습니다.

그러나 여름이면 흐드러지게 감꽃이 핍니다. 먹다 지치면 실에 꿰어 목걸이도 만들고,

그 거무 티티하고 까칠한  껍질을 느끼며 가지 위에 올라가 놀기도 했습니다.

여름이 가기도 전에 부실한 열매들이 툭툭 떨어져 밭에서 썩기도 했는데..

가끔, 상하기 직전 노랗게 물렁해진 과육을  줏어 먹어 본일이 있었는데...

 

아, 그 맛이었습니다.

봄에 돋는 연한 잎파리, 여름 단단한 진초록의 두꺼운 잎, 별같은 감 꽃, 가을에 단풍이 들어 겨울에는 찬 서리에 얼은 땅위로 솟은 꼿꼿한 자태,

저는 우리집에 있는 그 고목( 여하튼 가장 크고 늙은 ) 을 경외하고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그곁에는 이끼낀 우물이 있고, 장독대에는 엄청나게 큰 항아리가 있었습니다.

 그 높이, 깊이, 오래됨. 어린아이의 상상으로만 이해 할 수 있는 크기 입니다.

 

어느 시기인지 모르겠는데 그 감나무가 결국은 베어졌습니다.

벌레가  많이 생기고 그늘 때문에 다른 나무들이 자라지 못해서 였을 겁니다.

아버지가 한참 나무 사모으기를 하실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나무를 지키겠다고 할 만큼, 제가 세상 일을 주도하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바라 보기만 하던 어린애 였지만,

쓸모 없어 버려지는 비애를 그때 아마 처음 느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문득, 혹시, 다시 그 어린 날, 그리운 시절로 돌아 가고 있는 중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간은 영원히 흘러 사라 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반환점 까지 같다가 다시 돌아가는 무한히 반복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자 제 마음에 " 힘 찬 기쁨이 " 솟아 오릅니다..

" 나는 나자신을 범용한, 우연한 , 죽음을 면하지 못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리로 다시 transfer하는  vehicle 은 무엇일까?

                                                                               Anish Kapoor 의 hole, slit , passage,일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