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곤지암의추억

torana3 2015. 11. 16. 08:50

주말에 곤지암의 콘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는 남편을 따라 나들이 다녀 왔습니다.

 

보드를 따고 시골의 종합병원에 처음 취직해서 좌충우돌 정신없이 2년을 보내고 두번째로 얻은 직장이 곤지암에 있었습니다.

전공의 시절에 받은 수련이 이론과 교과서적이었다면, 곤지암의 병원에서 선배와 동료 의사들로부터

실전에서, 진정한 의미의 정신과 의사 역활을 배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90년대 초반이라 정신의학은 사회적, 복지면에서 열악하기 그지 없었습니다만, 젊은 우리들은,

 환자들의 머리속 이를 잡아주고 같이 어울려 노래하고, 교과서에 없는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저널을 리뷰하고

프로이드 식의 정통 정신분석을 공부하신 선배로부터  의식의 심층부를 분석하는 태도도 익혔습니다.

그 환자들의 미래의 운명에 대해서는 미쳐 생각 할 겨를이 없이 우리는 현재 에 충실하게 열심히 치료했습니다.

그 수많은 에피소드들, 바둑에 천재적 소질이 있던 J씨, 너무 가난해 상한 음식을 먹고 식중독으로 죽었다던 어머니 이야기를 하던 K군,

잘생긴 오빠가 조증으로 입원하게 되자 따라와 울면서 병원과 의사를 불신하던 여동생을 설득하고 달랬던 일.

명문 여고를 나와  명사의 안내였던 Y씨는 여고때 연극에서 호동왕자 역을 했었다고 자랑하면서 버림 받은 슬픔을 스스로 달랩니다.

 

그 후 7년만에 사정으로 그 병원이 문을 닫게 되었을 때,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고 꽤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만나 추억을 말하고

몇 환자분은 제가 옮기는 병원 마다 따라와 진료를 받았고, 새롭게 다른 병원에서 우연히 만나 반가워 하거나 

다행스럽게도 무사히 사회적응에 성공하여 수소문해서 찾아 와 주기도 했습니다.

 

골짜기에 병원 건물이 들어 앉아, 봄이면 벚꽃이 골바람을 따라 하늘로 날아 올라가고,

가을에 추수후 거둬들인 빈들에서 짚을 태운 연기가 저녁노을 따라 서쪽 하늘로 피어오르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 빈 병원 건물이 방치되어 흉물이 되었다고 언젠가 인터넷에서 보았습니다.

그 어이없는 괴담에 실소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언제까지도 잊을 수 없을 추억의 장소입니다.

 

 

 

 

 

 

 

 

병원 터는 먼 발치로만 보고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아마 이 흐르는 물은 그곳과 닿아 있을 겁니다.

그 물이 키워낸 단풍나무 들도 같은 빛깔로 물이 들어 있겠지요

 

 

...

 그곳에서 근무 할때 삼십의 초반이었는데 왜그런지 시상이 잘 떠 올라 주어 시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지기도 했습니다.

알코홀 중독으로 입원하여 내면의 우울증이 있으나 시니컬하게 표현 되어  우리를 자주 곤란하게 만들던 C씨의 이야기를 그대로 나레이션 한 글입니다.

 

자폐 自閉

아득한 기억의 저편에서 /母性의 心音이 들린다./가벼이 일렁이는 流動/시작이 없던 太古적 체취//

눈을 떠보니 적막한 어둠속이오./새소리 들리니 아침은 아침이러니/土窟같은 房밖으로 나오니 /안개처럼 내려 앉는 잿빛 허무//

에미의 허구 헌 날 한숨은 / 숨조이는 愛憎이었소/어느날 알게 되었지요/

애비는 내 애비가 아니라는 군요/姓도 내 姓이 아니라구요//

강원도 두메산골, 물어물어 / 내 씨를 찾아 갔더니/서먹한 노인이 얼굴 돌려 피하는 군요./ 나는/나는 어디에 있는 것이오//

들어선 자리마다 배신을 당하고/나는/ 돌 틈에서 튕겨나온 원숭이 새끼/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알지 못하오./

가슴속 에서 주리를 틀며/터져나오는 것은 천치같은 웃음 뿐//

일년 넘게 精神病院에서 지내었오/사지가 뒤틀린 노인의 시중도 들어 보았오/넋나간 마흔살 처녀의 청혼도 받아 보았오/

새벽 창틀에 번지는 빛 줄기가 신의 응답인가/내 저어 보아도 잡히는 것은 빈 손바닥//

우리 어머니는/ 길 바닥에 뒹구는 주정뱅이 아들을 안보아서/편하다하오.//

당신의 善意는 느끼하오/수정처럼 맑다해도 눈이 부시오/내 모습이 비추어 질까 두려워 숨을테요/나는 이제 아무데도 없소이다.//

세이렌(Siren)의 노래 들리면 감각이나 묶어 주시오/몸부림 치다 찢겨 나간들 하는 수 없지/

유혹의 시간이 지나면/내 土窟같은 房으로 돌아가/상처나 핥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