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백수의 연휴

torana3 2015. 5. 6. 08:11

 

황금 연휴입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한달 전부터는 족히 고대하며 기다릴, 시간들이었겠지만,

백수라도 평소와 다른 것은 맞습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밀린 집안일로, 녹초가 되고 그 연휴의 말미에는 급기야,

피곤함과 다음날의 해결해야할, 업무에 대한 생각에서 놓여나지 못해  짜증이 나고 우울해집니다만,

백수의 연휴는 집안일에 매일 필요가 없어 좋습니다.

 

젊어서는 휴일에 긍정적인 감정을 위한 재충전, 신선함, 즐거움을 얻기는 어려웠습니다.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직장의 일을 잠시 손놓고 주저 앉아 잠시 쉬는 정도 였을 겁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외출하는 물론 즐겁고 행복했었겠지만

- 아 그때도 그들과 충분한 의사소통, 감정의 교감 없이 부모인 우리의 생각대로 장소와 목적을 정했습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겠지만, 돌아보면 소홀 한 점 투성이입니다.   

 

그런 후회를 하고 있고 시간이 많다해서 갑자기 생활이 유익하고 보람되게 진행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나이들어 한가해진 시간들 틈에는 ' 나만의, 독특한, 감성의 순간들이 캐치됩니다'

 

1. 토요일에는 수원 화성으로 나들이 갑니다. 집앞에서 직선거리로 버스 노선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즉석에서 결정된 행선지입니다.

연대기와 사회현상과 정치와 경제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역사를 그리 좋아 하는 편이 아닙니다.

국사 공부도,사람중심의 야사,문학적인 소재에 대한 단편적인 흥미로 겨우 해냈던 것 같습니다.

행궁의 혜경궁 홍씨와 정조의 이야기들을 재현해 놓은 소품들을 보면서, 당시 그들의 마음이 어떠했을 까, 상상해 봅니다.

남편은 , 행궁앞에서 벌어지는 춤 판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살풀이 춤, 장단에 맞추어,부드럽게  이어지는 동작을

그런 공연을 처음 보는 사람 처럼, 새삼 감동합니다.

습도가 꽤 높은, 여름의 시작, 축제의 인파로 지쳐버려, 화성 도보 산책은 포기하고 귀가 합니다.

 

                                           화성 성벽에 뚫린 구멍으로 보는 풍경이 재미 있다고 남편이 그럽니다. .어린애 처럼 쭈그리고 앉아  들여다 봅니다.

 

2. 일요일. 만화가 허영만 전시회를 보러 갑니다. 

 저는 말하자면 광팬입니다. 카멜레온의 시, 비트와  오, 한강과 같은 비극적인 주제나

사랑해와 같이, 위트와 사랑스러운 대사들에 매혹되고

남편은 최근의 작품들 철저한 조사와 고증에 근거한, 식객이나, 말무사, 꼴과 같은 작품을 사모읍니다.

백수는 아침 신문에 연재되는 커피드실래요를 보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의 삶은 철저하고 충만해 보여 그가 현재 받고있는 칭송은, 당연해 보입니다..

" 오년주기로 끊어 살고 있습니다. 그 후 오년을 더 살게 된다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겁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삼년주기로 잘라 삽니다..."

19세에 처음 만화를 그릴 때 3년 만 하자고 시작 했답니다.

옛날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삼년고개의 우화가 생각납니다.

어떤 사람이 거기서 구르면 삼년 밖에 못산다는 삼년고개에서 넘어져 굴렀답니다. 비통해 하는 그에게

한 현인이 말해주었답니다. 거기서 한번 더 구르면 삼년 더 살겠네, 여러번 구르면 또 더 살겠네...

그를 찍은 사진이 하나같이 온화한 미소를 띄고 있습니다.  사는 방식을 또 한가지  배웁니다.

 

3. 어린이날, 휴일.

영화를 봅니다. 스틸 앨리스.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예민함과,콘트라 베이스의 낮고 웅장한 비장함이,

기억이 사라져가는, 자신이 無 에 먹혀 들어가는 절박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살아가는 일부입니다.

어린아이가 본능적으로 언어를 습득 하는 것 처럼, 상실의 기술(art of losing)도 익숙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