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1
예술가를 따라다니는 여정은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합니다.
수목, 행선지의 방향, 길가에서 흔하게 내던져진 소품이라도, 그의 지팡이 끝이 가르키면 특이한 스토리를 만들어냅니다.
하늘밭 화실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40분 거리를 두시간에 걸쳐서 놀면 쉬면...
하늘밭의 최화백님은 우리 일행을 위하여, 좀 서투르신 가이드 역을 하시기로 마음 먹으셨나봅니다.
점봉산 곰배령 밑 설피마을로 안내하십니다. 처음 입산하여 자리 잡은, 장소, 이야기들을 들려주십니다.
류샘은 길가의 이정표를 보다가, 언뜻 년전에 친구와 술자리에서 지나는 말로 들었던 어떤 장소와 같은 지명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최화백님 부부와 몇 순 대화를 주고 받더니, 점 차 시공간, 인물 사이의 간격이 좁혀져 어느 한 지점에 핀을 꼽습니다.
이때부터 그 빼어난 자연공간으로 칭송받는 설피마을은 빛을 잃고 맙니다. 급하게 유턴하여,
의기 투합. 꿩밭, 한터울 멋진 한자이름으로 개명조차 못한 인적드문 그 곳으로 향합니다.
포장된 도로가 끝나고, 바위가 차바닥을 쳐대는 산길에 들어서니, 차를 포기하고 내려 걸어 들어갑니다.
저 산아래는 공사로 파헤치고 물길을 막아 놓아 강바닥이 말랐는데, 그곳에는 길에도 물이 넘쳐 흘러,
징검다리를 만들어 가며 걸어 들어가야만 합니다.
그래서 도착한곳이, 산이 병풍처럼 둘러 쌓여있고 수년째 비워둔 농가 두채가 덩그러니, 밭에는 열매만 수확하고 내버려두어
고목처럼 말라 비틀어진 줄기들- 블루베리, 오가피, 그런 종류 일거라고 짐작들 합니다.
폐가에 대한 탐색을 시작합니다. ,언제부터 비어있는지를 알려면, 신문 쪼가리를 찾아보면 된다...
오지의 경험에 익숙한 최화백님의 추리력입니다
벽에 임시로 붙여진 지역신문의 날짜가 2011년이고
낡은 괘종시계는 8시에 멈추어 있습니다.
독백을 잘하는 사람들은 살만 하겠다...덧붙이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남향에, 너른 밭이 펼쳐진, 잘 만 가꾸면 조용한 은둔도 가능할 만한 그곳에서
알 수 없는 압박감으로 치를 떨며 벗어 나고 싶어집니다.
왜 그러는 걸까, 여자들은 그 느낌을 무어라 표현 할 길이 없어 이구동성 무섭다...합니다.
그러고 내려와 최화백님의 친구분들과 과 차를 마시는데 아무리 설명해 주어도
10년이나 사셨다는 그분들은 그 장소를 짐작하지 못합니다.. 아 맞다 우리가 본것이 헛것일 거다, 사진도 스르르 없어졌을 것이다..
등등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만, 우리는 최고로 신나는 관광을 했다는 것에 모두 동의 했습니다.
여기를 건너가야 합니다.
돌다리를 만들어가며
폐가 두채
내려오는 길에, 식물에 박식하신 류샘도 이름을 알 수 없다는 꽃
숲속의 어느 마을에서 사람들과 즐기다 잠시 잠이 들었는데,
동네에 내려와 보니 수십년이 흘러 자신은 노인이 되어 있었다는 스케치북의 립반윙클 처럼,
우리는 전혀 이질적인 다른 세계를 겪은 혼란스러운 감정이 아닐까... 정말 그랬습니다.